미술관 전시회를 자주 찾는 직장인 김모(40)씨는 지난해부터 그림 투자에 관심이 커졌다. 서울옥션블루의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소투)에서 공동구매를 한 게 시작이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수천개 지분으로 쪼개서 사고, 작품이 팔리면 이익을 얻는 구조가 흥미로웠다. 이후에는 소규모 갤러리나 경매를 살펴보고 있다. 1000만원 미만에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사보고 싶어서다. 한가지 걱정인 건 세금이다. 김 씨는 “아트(예술품+재테크)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며 “미술품 사고팔 때 세 부담이 큰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미술품은 개인이 6000만원 이상(양도가액)으로 작품을 팔 때만 기타소득세(지방세 포함 22%)가 붙는다. 6000만원이 안 되면 세금이 ‘0원’이라는 얘기다. 사고팔 때는 물론 보유할 때도 세금이 붙는 부동산에 비하면 미술품은 상대적으로 세테크 효과가 큰 셈이다.
미술품 양도가액이 6000만원을 넘기더라도 세 부담은 크지 않다. 세무그룹 온세의 양경섭 세무사는 “일반적으로 양도가액의 8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면서“더욱이 양도가액이 1억원 이하거나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필요경비율은 90%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투자자 A씨가 5년 전에 7000만원에 산 그림을 1억2000만원에 판다고 가정하자. 양도차익은 5000만원이 생겼지만, 세금은 양도차익이 아니라 양도가액에 매긴다. 양도가액(1억2000만원)에서 필요경비로 80%를 공제한다. 다음으로 나머지 금액(2400만원)에 대해서만 22% 세금을 매겨 528만원이 부과된다. 만약 A씨가 10년 넘게 미술품을 소장하다 팔았다면 필요경비율이 90% 적용돼 세금은 264만원으로 줄어든다.
미술품 양도세 비과세 되는 경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원종훈 국민은행 WM투자자문 부장은 “대표적으로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례 속 김씨처럼 잠재력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에 투자했다가 10년 뒤 그림값이 비싸지면 투자 수익은 커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추상화 대가로 꼽히는 박서보, 정상화 작가 등의 작품은 경매시장에서 수억원에 낙찰되고 있다.
또 문화재보호법상 국가지정문화재를 양도하거나 미술품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넘기는 경우도 비과세 대상이다. 조각품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득세법 과세대상은 회화와 데생, 파스텔, 콜라주, 오리지널 판화ㆍ인쇄화, 골동품으로 한정돼 있다.
세법이 바뀌면서 미술품 관련 세 부담은 더 완화되고 있다. 거래 횟수와 상관없이 미술품 관련 세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소득세법이 가장 눈에 띈다. 해당 법이 2020년 말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는 사업소득으로 보고 미술품 거래 횟수에 따라 최고 42%의 세율이 적용됐다. 내년부터 역사적ㆍ예술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ㆍ미술품은 상속세로 물납할 수 있다. 다만 물납 요건이 있다.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넘고 상속재산의 금융재산보다 커야 한다.
미술품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미술품도 증여나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양 세무사는 ”작품 가액은 (세법에 따라) 2명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격의 평균 금액으로 평가해 세금을 매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