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이미 한 달 전에 오미크론 정점을 지났다. 그 외 유럽 국가도 속속 정점을 지나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 중단 등 규제를 해제했다. 최근까지 확진자가 치솟던 독일·일본도 정점을 지났다는 추정이 조심스레 나온다.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한국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는 지난 10일 정점(24만7862명)을 찍은 뒤 14일 7만6465명으로 떨어졌다. 일본도 지난 5일 정점을 찍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초 오미크론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우세종으로 가는 데 약 7주가 걸렸다. 미국·영국은 3주, 일본은 4주 걸렸다. 대부분 우세종에서 정점까지 4~6주 걸렸다. 이들처럼 가면 한국도 이르면 다음 주 정점에 도달한다.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위원장은 “지난 설 연휴 전 주부터 오미크론이 확산했는데, 한국이 다른 나라 패턴을 따라갈 경우 다음 주에 피크(정점)에 이를 수 있다”며 “다음 주 초반에 어떤 패턴으로 갈지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국이 다른 나라 패턴과 다른 특성이 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2월 말께 국내 확진자가 13만~17만 명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3~4주가 큰 고비 … 전문가 “4월돼야 확진자 줄 것”
질병청 관계자는 “정점 시기가 2월 말, 3월 초순, 3월 중순의 세 가지 추정이 나오며, 이 중 3월 초순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3월 첫째 주가 유행 증가의 정체기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정체기를 정점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확진자가 가장 높은 시기는 3월 중순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 3, 4주가 큰 고비일 것”이라며 “4월이나 돼야 확진자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미국이나 영국, 유럽보다 자연감염에 의한 집단면역이 낮은 게 유행을 길게 늘린다. 이게 K방역의 역설”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점을 고려하면 유행 정점 도달 시기가 늦어지고, 높이도 낮아질 수 있다. 반면에 유행 감소 전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주일 평일 PCR검사 건수가 50만 건대다. 지난해 12월 말 하루 확진자가 3000~5000명일 때도 50만 건대였다.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PCR검사 제한이 확진자 증가 속도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60세 이상으로 PCR검사의 천장을 치면서(제한했다는 의미) 하루 85만 건까지 가능한데도 30만~50만 건만 검사한다.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떨어지는데(가짜 음성이 많다는 뜻) 이걸로 얼마나 확진되겠나. 줄자로 선을 그어놨다.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건 착시현상이자 일종의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사적 모임 6인, 영업시간 9시’로 제한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8인, 10시’로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백화점·마트 등에서 출입명부 기능을 하는 QR코드·안심콜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오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관계자는 “중대본 내부에서도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은 영업시간 제한의 방역 효과가 크기 때문에 당장은 절대 못 푼다는 입장이고, 경제부처는 영업시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