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 거래 규모가 역대 최대인 5조9000억 달러(약 7060조원)에 달했으며, 올해도 6조 달러(약 7180조원)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14일 발간한 ‘2022 글로벌 M&A 리포트’에서 이 같은 예측치를 내놓았다. M&A 전문가 28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베인앤드컴퍼니 측은 ‘다시 M&A의 시대로’라는 표현을 쓰며 “산업 전환기에 놓인 기업들이 가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M&A 시장에서 역량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독점, 데이터 보안에 대응 필요
기술 부문은 선도 업체가 여러 개의 소규모 업체를 지속해서 사들이는 형국이다. 특히 금융 부문은 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은행이 기존 사업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M&A가 주요 성장동력으로 꼽혀서다.
보고서는 과열된 M&A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3가지 전략으로 ▶핵심인재 유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대 ▶규제 환경의 대응을 제시했다.
우선 기업이 확보한 인재를 피인수 기업에 그대로 묶어둘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게 M&A 성공요소라고 했다. ESG도 단순 참고사항 수준을 넘어 ESG 역량 확보를 M&A 주된 목적으로 삼는 경우도 늘었다. 또 최근 미주·유럽·중화권이 반독점 규제와 국수주의적 정책을 펼치면서 반독점, 데이터 보안 문제에 보다 철저하게 대응할 필요가 높아졌다.
삼성전자 “좋은 소식” 나올까
지난 6일엔 독일 정부의 반대로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와 독일 실트로닉간 M&A가 무산됐다. 지난해 3월엔 중국 당국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M&A 승인을 거부하며 ‘없던 일’이 됐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자회사 하만(Harman)을 통해 독일 AR(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향후 대규모 M&A의 신호탄일지 주목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전 사업 부문의 M&A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의미 있는 M&A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규제 당국 브레이크…올해 더 늘 듯”
이혁진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사무소 대표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기업의 M&A 역사는 수많은 실패 사례가 존재하고 이로 인한 인수 기업의 쇠락도 흔히 볼 수 있다”며 “최근에는 경쟁 과열로 전반적인 거래 가치 평가(deal valuation)가 높아지고 있어 M&A 시장에서 인수 후 통합, 기업 가치 증대가 보다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