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윤 후보의 ‘선전포고’성 발언이 9일 공개되면서 후폭풍은 법조계로도 번졌다. 검찰 안팎에서는“권력 수사가 모두 멈춰 선 비정상적 상황이 드디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 수사보다) 더 큰 보복성 피바람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윤석열 “文 ‘검찰개혁’ 제도·시스템의 문제 아니다”
다만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에 일종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짚었다.
윤 후보는 “(공수처는) 모든 중요한 사정 첩보와 사건들이 몰려 ‘물먹는 하마’처럼 갖고 있고, 다른 기관은 수사를 못하게 막아놨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하라고 할 때 경찰이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한다거나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석열 “검찰 인사 정상화… ‘검찰공화국’ 얘기 말라”
추 전 장관때부터 ‘형사‧공판부’ 우대를 명분으로 친정부 성향 검사들을 요직에 앉히는 대신 ▶조국 전 장관 ▶청와대 선거개입 ▶원전 수사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거나 윤 후보와 가깝다고 분류된 검사들은 한직으로 몰았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윤 후보는 여권을 겨냥해 “‘검찰공화국’같은 소리 하지도 말라. 검찰총장을 수사도 못 하게 직무 배제했다”며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눈만 한번 바로 뜨면 밟히는 데가 검찰인데 민주당 정권 사람은 검찰 공화국이란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당연히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했다. 다만 “검찰 수사는 법원의 견제와 사법부 통제를 받으며 진행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 안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 안팎 “식물검찰 정상화” 對 “더 심한 피바람 불 것”
한 일선 검사는 “현 정부 ‘검찰개혁’ 이후 검찰은 권력 수사는커녕 민생 사건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하는 식물 검찰이 됐다”며 “최근 능력 있다는 검사들이 줄줄이 검찰을 떠나는 것도 자긍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도 “권력과 수뇌부가 개입해 수사를 막는 일이 사라지고 검사가 시스템과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를 보장하더라도 검찰이 형사소추기관 본연의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측근으로 지목된 A·B 검사장이 적폐청산 수사 지휘를 맡길 경우 또 다른 형태의 보복수사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터져나왔다. 한 고위 검사는 “본인들이 핍박 받았다고 해서 또 그런 이들이 전면에 나서면 정말 검찰에 대한 신뢰는 요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전직 고위 검찰 역시 “특수통 위주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윤 후보 발언의 액면 그대로 ‘능력 있는 사람이 요직에 가는 검찰 인사 시스템’이 돼야한다”고 했다.
한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놓고 정치보복을 선언한 셈”이라며 “최측근들을 검찰 최고위직에 앉힌 뒤 검찰권을 사유화하여 전 정권 사람들을 제대로 손보겠다는 정치보복을 예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울산지방경찰청장 출신인 황 의원은 윤 후보의 총장 시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