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한 병당 가격이 2억5000만원인 ‘고든 앤 맥페일 글렌리벳 제너레이션스 80년’ 2병이 최근 모두 팔렸다. 한 종합주류업체가 지난해 9월 수입한 이 위스키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달 말 남은 한 병이 주인을 찾았다. 이 위스키는 1940년 2월 영국 스코틀랜드 북부 외곽 지역인 글렌리벳 증류소에서 담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싱글몰트(한 증류소에서 100% 보리를 증류) 스카치위스키로,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250병뿐이다. 지난달 말 팔린 한 병은 이달 28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에 있는 위스키 전문매장인 ‘위스키 바’에 전시된 후 다음 달 1일 주인 품으로 간다.
앞서 초고가 와인도 팔렸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음력 설에 판매한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 와인인 ‘로마네 꽁띠’ 세트의 가격은 9100만원이었다. ‘로마네 꽁띠 2006’ ‘로마네 꽁띠 2013’이 함께 포장됐다. 지난해 연말엔 병당 가격이 350만원인 일명 ‘킹스맨 와인’(모스카텔 데 세투발 빈티지 1919) 25병이 모두 팔렸다. 전 세계에 500병뿐인 와인이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판매한 ‘샤토 페트뤼스 버티컬 빈티지’ 와인 3병(400만~600만원)도 판매 공지를 한 지 30분 만에 구매 예약이 완료됐다.
코로나19 여파에 '술테크'까지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오르자 이른바 ‘술테크’(술+재테크)까지 등장했다. 예컨대 서울 중구에 있는 남대문 주류판매점에서 ‘글렌피딕 15년’은 현재 8만원 선에 팔린다. 2년 전만 해도 7만원 안팎이었다. 특히 한정판 고가 주류는 일단 사두면 웃돈을 붙여서 팔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외출이나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회식 문화가 사실상 사라지고 술을 많이 마시기보다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이유다. 술의 맛이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따지는 애주가가 늘고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플렉스(Flex·과시형 소비) 성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