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죽방렴은 5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물살이 빠르고 좁은 물목의 조류가 흘러들어오는 쪽에 길이 10m 안팎의 참나무 기둥 수백 개를 박아 ‘V’자형으로 울타리를 만든다. 밀물 때 바닷물과 함께 밀려온 멸치가 썰물 때 이 V자형 울타리에 남게 되는 원리를 이용해 멸치를 잡는 방식이다. 울타리에는 그물이 처져 있고, 통로 끝에 불룩한 통발이 설치돼 있어 멸치 등 물고기가 그 안으로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이런 죽방렴 방식으로 잡은 멸치에만 남해죽방멸치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남해군 지족해협 23곳에 이런 죽방염이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는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제주 밭담, 하동 전통차, 금산 전통 인삼 등 농업 분야 4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어업 분야에서는 제주 해녀 어업이 2018년 12월,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2020년에 등재를 신청했고,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남해 죽방렴 어업은 역사적 차별성과 우수성, 자연 생태적 가치 등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12월 21일 ‘국가중요어업유산’ 제3호로 지정된 상태다. 앞으로 GIAHS 기술위원회의 서류평가와 현장방문, 세계중요농업유산 집행위원회 심의 등 추가 절차를 거쳐 세계농업유산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해군 관계자는 “죽방렴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성공하면 지역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존 4개의 세계농업유산과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인 2개 세계농업유산, 여기에 남해 죽방렴까지 세계농업유산에 포함되면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농업시스템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가 차원에서 이런 전통을 보존·계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유산을 연계해 관광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전통 유산이 창조적으로 재해석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알려지면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은 노래(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나 드라마(‘오징어 게임’) 등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검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