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3원 내린 1,194.1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2% 상승한 2,989.24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이렇게 두달여 A씨가 달러 예금에 넣은 돈만 16만 달러(약 2억원)다. 그는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로 달러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투자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요즘 고액 자산가의 관심사는 달러 쇼핑(투자)이다. 지난해 달러 투자로 수익을 손에 쥔 데다, 올해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달 30일 원화가치는 지난해 초(달러당 1082.1원) 이후 9.9%(106.7원) 하락한 달러당 1188.8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 상승). 달러값 상승률이 지난해 코스피 연간 상승률(3.6%)보다 2배 이상 높다.
달러 강세에 불을 붙인 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 공포다. 특히 지난해 10월 12일에는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원화값이 달러당 1200원 선을 넘어서 급락했다.
주명희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지점장은 “지난해 초 원화 강세 속 원화값이 달러당 1100원대일 때 달러를 사들인 고액자산가는 달러 강세로 돌아선 지난 여름 무렵 이미 5~6% 이상 차익 시현을 했다”고 말했다.
주 지점장은 “이후 연말부터 원화값이 달러당 1170원대로 조정받으며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면 다시 분할 매수하는 자산가들이 늘었다”며 “이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월 미국금리 인상 가능성 65.1%"
그렇다면 올해 수퍼달러(달러화 강세현상)가 본격화할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 달러 강세로 원화값(종가기준)이 달러당 1200원 선을 뚫으며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달러 몸값을 끌어올릴 강력한 트리거(방아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빨라진 긴축 시계다. 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오는 6월에서 오는 3월로 앞당기고, 연말까지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Fed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4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3월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25.2%에서 최근 65.1%로 높아졌다. 6월 인상 가능성 전망은 91.8%다.
"돈줄 죄기에 미 국채금리 들썩"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3원 내린 달러당 119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1190원대에 머물며 원화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환율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Fed가) 예상보다 빨리 3월쯤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원화값은 상반기 중 달러당 1230원까지 하락(환율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Fed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는 데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원화가치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주식 같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약해지고, 안전자산인 달러의 몸값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