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2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의 부동산 통제 정책과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중국 부유층이 명품 시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을 조명했다. 중국 부자들이 여분의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롤렉스·파텍필립 등의 명품 시계에 투자하고 있다면서다.
올해 10월까지 스위스 시계 수입 3조원대
전년 동기 대비 39.8%↑…세계 1위 수입국
CSG 인티지의 사이먼 타이는 FT에 “중국 시계 시장에서 최상위권(소비자층)은 매우 탄탄하다”며 “만약 지금 중국의 롤렉스 매장을 간다면 살 수 있는 시계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 홍콩을 제치고 스위스 고급 시계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나라가 됐다. 뉴욕타임스(NYT)가 스위스 투자은행 본토벨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스위스의 대중국 시계 수출액은 총 25억 스위스프랑(한화 약 3조 227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8%, 2019년에 비해 55.5%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누르자 명품 시계로 현금 몰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8~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집은 살기 위한 것,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房住不炒)”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 격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0.05%p 낮춘 3.8%로 인하하면서도,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활용되는 5년 만기 금리는 4.65%로 유지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여기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恒大)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것도 부동산 경기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환금·휴대성 높은 시계 투자 선호”
상하이에 기반을 둔 리셀러 데이비드 웡은 “특정 하이엔드 모델에 대한 수요는 많은 데 공급은 부족하다”며 “당분간 가격이 내려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시계는 휴대성이 간편해 해외로 부를 이전하는 것이 용이한 점도 부유층의 시계 소비를 늘리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중국에서 개인의 해외 송금 한도는 연간 5만 달러(약 5900만원)로 제한되는데, 이 같은 엄격한 자본 통제를 피하기 위해 시계에만 수만 달러를 투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