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기획재정부·통계청 등 주요 정부부처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향후 50년간 2000만 명 넘게 감소해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당장 향후 5년간 177만 명이 줄어드는데, 이런 감소 폭은 2년 전 통계청이 전망했던 것보다 26만 명 많다. 구체적으로 2020년 3738만 명(총인구의 72.1%)에서 ▶2030년 3381만 명(66.0%) ▶2040년 2852만 명(56.8%) ▶2050년 2419만 명(51.1%) ▶2060년 2066만 명(48.5%) ▶2070년 1737만 명(46.1%)까지 줄어든다. 이런 인구절벽은 ‘생산→고용→소비→투자 감소’ 식으로 경제에 영향을 주면서 한국의 경제 규모는 쪼그라들게 된다.
이미 주요 경제 예측 기관은 저출산·고령화를 이유로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늙어가는 한국, 이대로 가면 2033년 잠재성장률 0%대 진입
정부는 대안 중 하나로 ‘생산연령인구’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인구구조 자체가 변하진 않지만 정부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참고하는 고령화 관련 수치가 개선되면서 경제정책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각종 취업·창업 지원 대상도 범위가 늘어나면서 경제활동을 유인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인구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65~69세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해 기준 55.1%로 2008년 39.9%, 2017년 42.2%에서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태어난 날짜를 기준으로 ‘노년’을 설정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국제적 논의도 있는데, 이런 현실을 반영해 검토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서 생산연령인구를 15~69세로 상정한 노년부양비 추계 결과를 처음으로 제공한 것이 그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기존 기준대로 15~64세로 보면 노년부양비는 올해 23.1, 2070년이 되면 100.6에 이른다. 올해는 생산연령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면 50년 뒤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5~69세로 계산하면 노년부양비는 올해 14.2, 2070년에는 74.4로 감소한다.
이는 지표상 ‘고령인구’의 연령 기준이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나아가 경로우대·복지제도·연금 등의 기준이 돼온 만 65세인 법정 노인 연령을 올리는 것과 맞물릴 수 있다. 또 현재 60세인 정년을 더 연장하는 논의도 거세질 전망이다. 독일·일본 등은 이미 현재 65세인 정년을 순차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고령자를 ‘더 이상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정의하면, 생산연령인구 확대 논의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은퇴 후 연금 등의 지원을 받는 나이까지 이른바 ‘보릿고개’가 길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정년 연장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