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부터 위층에서 견디기 어려운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소음 일기’를 적고 있다. “순간순간 욱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위층에 문제를 제기할 마음은 아직은 없다고 한다. A씨는 “요새 세상도 흉흉하고 어떤 사람이 사는지도 몰라 일단은 참기로 했다”고 말했다.
살인으로 번진 층간소음…코로나19 타고 활활
지난 9월 전남 여수에서는 한 30대 남성이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불만을 품은 위층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경기도 안양에서는 50대 남성이 층간소음 갈등을 겪던 아파트 위층 주민의 집 현관문에 인분을 발랐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분쟁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관련 전화 상담 신청 건수는 4만 225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2만 6257건 대비 60.9% 증가한 수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코로나19로 어디 갈 데도 없는데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골든타임 6개월…대책 없나
경찰은 112 신고가 들어왔을 때 살인(중요범죄)·폭력(기타범죄)·교통사고(교통) 등 사건을 58가지로 세분화하는데, 층간소음을 분류하는 코드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이 원인이 돼 이웃 간 싸움이 있었다면 해당 건은 ‘시비’ 등으로 분류된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층간소음 관련 코드가 없으니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6개월 안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면 10명 가운데 8~9명은 원만한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6개월 안에 합의점을 찾아내려고 서로 노력한다면 양보하는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차 소장 설명이다.
단 섣부른 접근은 금물이라고 한다. 차 소장은 “다짜고짜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는 등 무작정 행동하지 말고 인터폰을 통해 조심스레 접근하는 식으로 다가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