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지난 9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플랫폼 ‘와디즈’에 사내벤처팀이 개발한 식재료 ‘심플레이트’의 펀딩을 진행해 약 3주만에 1억650만 원어치를 팔았다. 당초 목표액 100만 원보다 약 100배 초과 달성했다. 농심은 채소를 다듬을 필요 없이 물만 부으면 원형이 복원되는 ‘간편한 한 끼 요리’ 콘셉트로 심플레이트를 기획한 후 소비자 반응을 보기 위해 와디즈에 제품을 등록했는데 말그대로 ‘대박’을 쳤다. 농심 측은 "심플레이트의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수정·개선 작업에 들어가 17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MZ·얼리어답터 ‘크라우드 펀딩’…신제품 테스트무대
농심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MZ세대,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얼리어답터가 많다보니 신제품 출시 전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기에 맞춤이 됐다”며 “일반 유통채널보다 제품에 대한 선호도, 개선점 등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살 경우 정식 출시 가격보다 20~30%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또 자기 돈을 ‘펀딩’해 제품이 나온 만큼 가치있는 소비로 인식한다.
평소 크라우딩 펀딩으로 식품 쇼핑을 즐기는 박모(27)씨는 얼마전 와디즈에서 ‘마이셰프·이금기’ 협업의 마라 우육면과 탄탄면 밀키트를 펀딩했다. 박씨는 “재미있거나 의미가 있는 사연을 가진 제품을 펀딩하고, 기다림 끝에 배송받으면 제품 출시에 기여한 듯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천모(23)씨는 스타트업이나 개인 판매자의 제품을 주로 골라 펀딩한다. 그는 “제품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 여력이나 홍보 수단이 없다보니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것 아니냐”며 “기성 제품보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발견하면 친구들한테 소개해주고 ‘같이 돈쭐내주자’며 구매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MZ "펀딩하면 제품 출시에 기여한 듯 뿌듯"
매일유업도 지난 8월 카카오메이커스에 비건 식물성 오트음료 ‘어메이징오트’를 선보였다. 친환경 음료 콘셉트에 MZ가 크게 호응하며 일주일간 1만3000세트가 판매됐고, 9월 정식으로 출시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출시 전 소비자체험단을 통해 반응을 체크했는데, 요즘은 크라우딩 펀딩 플랫폼에서 진행한다”며 “코로나19로 영업활동이 위축되는 때 온라인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고, 판매까지 이뤄지니 1석2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