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코반의 아내가 된 파르와나 마릭은 올해 겨우 9살이다. 신랑·신부의 나이 차는 무려 46년. 이날 파르와나는 돈에 팔려갔다.
1일(현지시간) CNN이 공개한 아프간 소녀의 조혼 현장이다. CNN은 탈레반 점령 이후 급격히 악화한 경제난에 어린 소녀를 돈을 받고 결혼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아프간은 15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의 조혼을 법으로 금지한다. 하지만 난민촌과 시골에서 조혼은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현재 이들에게는 법적 처벌보다 굶주림이 더 큰 공포다.
딸 파르와나를 시집 보낸 압둘 마릭도 그랬다. 4년째 난민촌에서 사는 그는 앞서 12살 큰 딸을 시집보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구걸도 했지만 생계가 막막했다.
파르와나를 보내던 날, 마릭은 코반으로부터 약 2200달러(258만 원)어치의 가축과 땅, 현금을 받았다. 남은 가족들이 몇 달은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대신 집을 떠나지 않으려고 버티는 딸을 지켜보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몇 번이고 자리에 주저앉는 아이를 코반이 끌고 나갔다.
CNN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간 소녀들이 가난 때문에 돈에 팔려가고 있다며 경제난이 아프간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전했다.
가장 극적인 어려움은 식량 위기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에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매일 배를 굶주리고 있다. 은행에 현금이 바닥나면서 노동자들은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피해는 어린이와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5세 미만 어린이 300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소녀들은 학교가 아닌 결혼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마우라와이 잘랄루딘 탈레반 정권 법무부 대변인은 이와 같은 조혼을 근절하기 위해 식량을 보급하겠으며 조혼 적발 시 투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보급할 식량도, 국제 사회의 개발 원조도 없다는 게 문제다.
탈레반이 보유 중인 구호 자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사벨 무사드 칼슨 UNOCHA 사무총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받는 건 빈곤한, 사회적으로 취약한, 그리고 그들의 어린 소녀들”이라며 “개발지원이나 유동성 현금 부족 사태가 길어질수록 기아 사망률과 조혼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겨울이 오기 전 국제 사회와 구호 단체의 도움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CNN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날이 추워질수록 마릭의 걱정도 더 깊어지고 있다. 지금은 파르와나를 보내고 받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굶주림은 되풀이된다. 마릭은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미래는 이미 파괴됐다”며 “재정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두 살배기 딸도 시집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