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미래를 보는 것이다.”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정의선(51)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사내 포럼 등을 통해 “그룹의 모든 활동이 인류의 삶과 안전·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목표는 수소, 로보틱스, 전동화와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등 여러 방면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소 기술로 미래 지켜내야”
그러면서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소 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기술 개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현대차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국내 기업들의 수소 사업 간 협력을 촉진하고, 수소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최고경영자(CEO)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을 주도했다.
중단기적 수익성에 대한 의문 제기에도 그의 답은 명확하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소 기술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지 않느냐”고 수차례 반문했다. 지난 7월 미국 방문 당시 미국 주요 인사와 나눈 대화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가 뚫고 나가서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딸 세대가 우리에게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의지를 되새겼다.
“원하는 곳 스트레스 없이 이동 도와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로보틱스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올해 6월 인수합병을 완료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출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조직인 로보틱스랩도 웨어러블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기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멕스(MEX)의 개발자에게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소수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분들의 꿈을 현실로 이뤄줄 수 있다”며 “인류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니 최선을 다해 개발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정 회장은 중장기 전동화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차량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하고, 기아는 2035년까지 주요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한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2023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K.C. 크래인 오토모티브뉴스 발행인은 지난 7월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고,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고객·인류·미래와 사회적 공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 배워야”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내부 구성원을 회사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며 “변화를 요구하는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과 미래를 향한 변화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특히 자신이 추구하는 회사 모습에 대해 “자동차 판매로 1등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진보적인 기업 문화가 정착돼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급난, 지배구조 개선 과제
특히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정 회장이 2대 주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어서 이를 기점으로 순환출자구조 해소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안팎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