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치솟자 '미소' 짓는 정유사, 유화·LPG업계는 ‘속앓이’

중앙일보

입력 2021.10.06 17:34

수정 2021.10.0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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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국내 에너지 기업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재고평가 이익에 정제마진까지 올라 웃고 있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원료비 부담에,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들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판매가격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연일 기록적인 상승을 거듭하며 배럴당 80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1.8% 오른 배럴당 78.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이 같은 흐름에 정유사들의 실적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값이 오르기 전 싸게 사들인 원유 덕분에 재고평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회복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가 늘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웃돌고 있어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석화업계, 원료비 부담 커져 

7년만에 최고치 기록한 서부텍사스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석유화학업체는 원료가격이 급등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석유에서 뽑아낸 납사 또는 LPG 가운데 프로판을 원료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데 원유뿐만 아니라 LPG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업체들이 플라스틱의 원료로 LPG를 활용하게 된 것은 유가 변동성에 대응해 원료를 다변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업계가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하는 원료를 살펴보면 납사는 약 70%, 프로판은 약 2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은 원료 중 납사의 비중을 낮추고 프로판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관련 설비를 꾸준히 확충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가와 LPG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며 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에 LPG 가격이 어느정도 연동되긴 하지만 최근의 가격 상승은 이례적”이라며“유가 등락에 맞춰 설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LPG 활용 시설을 확충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PG업계, 가격 상승분 반영 못해 속앓이 

국제 LPG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에너지 수입업체들은 치솟는 LPG 가격을 국내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해 고민이 크다. 6일 LPG업계에 따르면 SK가스, E1 등 국내 주요 사업자들은 이달 프로판, 부탄 등 LPG 공급가격을 동결했다. 국내 LPG 가격은 사우디 아람코에서 통보한 국제 LPG 가격을 기준으로 환율과 해상운임 등을 반영해 결정한다. 2001년 이후 LPG 국내 판매가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됐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5월 프로판 기준 톤당 495달러였던 국제 LPG 가격은 지난달 665달러로 300달러 이상 올랐다. 반면 E1의 국내 LPG 공급 가격(가정·상업용 프로판 기준)은 6월 996.8원에서 10월 1144.8원으로 148원 오르는데 그쳤다. LPG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8월 긴급 간담회를 열고 LPG 업계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다”며 “국제 LPG 가격이 급등해 이를 반영해야 하는데 손실만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달이다. 아람코는 이달 프로판 가격을 톤당 800달러로 인상했는데 이를 11월 국내 LPG 가격에 반영하면 ㎏당 150원 넘는 인상요인이 된다. 업계는 겨울을 앞두고 난방용 LPG 수요가 늘게 되면 가격 상승분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PG는 겨울에 수요가 많아 호황기지만 지금 가격으로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며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비용 상승분을 한 번에 반영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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