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남시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89로 1을 밑돈다. 하남시에 사는 여성은 평균적으로 한명 미만의 아이를 낳는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하남시는 지난해 과천ㆍ의왕시와 함께 경기도에서 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로 분류됐다. 역시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베드타운인 과천ㆍ의왕시도 지난해 출산율이 각각 0.99ㆍ0.89에 불과했다. 혼인ㆍ출산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저출산 쇼크는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의 시ㆍ군을 넘어 수도권의 젊은 도시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5일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출생아 수는 24만명대로 25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출생아 수 27만2410명보다 2만5000~3만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다. 2012년 48만5000명에서 불과 9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래 최저치다.
올해 출생아 사상 최저 25만명대 아래로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인 인구는 초고속으로 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25년에는 20.2%로 20% 선을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45년 이후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된다. 현 추세라면 2060년 4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과 소비를 왕성하게 하는 연령대인 25∼59세 인구를 ‘일하는 인구’로 따로 분류해보자. 2028년이 되면 이들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간다. 2031년에는 올해 대비 315만명이 줄어든 수준으로 감소한다. 향후 10년 동안 일하는 인구로만 현재의 부산시 인구(337만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지금은 유아 관련 산업 부문 등 사회 일부 영역에서만 체감하는 ‘인구 절벽’ 현상이 이때가 되면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피부에 와 닿게 된다.
인구감소 쓰나미의 조기 경보는 발령됐다. 지난해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나면서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 말 5182만9023명으로 2019년보다 2만838명 줄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인구 감소가 불러올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청년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와 온도 차가 크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고령인구에 대한 복지 혜택이 계속 늘고 있지만, 아직까진 국가 재정에 여력이 있다 보니 젊은 층이 직접 느끼는 부담은 미약한 편이다.
"앞으로 9년이 마지막 골든타임"
리셋코리아 인구분과 자문위원들은 차기 정부에 인구절벽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할 과제로 ▶인구사회 부총리 신설 ▶정년연장 공론화 ▶주거 복지 패러다임 전환 ▶고령친화 경제(silver economy)로의 생태계 확장 등을 꼽았다.
인구분과 위원들은 “앞으로의 9년이 한국사회가 인구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이미 줄어든 출산이 만들어 낼 미래 모습을 예측하고, 고령사회에도 지속 가능한 국가 시스템으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