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카불, 사망 최소 103명…"몸수색 도중 폭탄 터뜨린 듯"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11:12

수정 2021.08.2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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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르 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 사망자가 27일 오전 10시 현재(한국시간) 미군 13명, 아프간인 90명으로 1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테러로 최소 100명이 숨졌다. [트위터 캡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카불 공항의 남동쪽 애비 게이트와 인근 바론 호텔에서 발생한 두 차례 폭발로 발생한 사망자가 최소 103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도 최소 미군 18명, 아프간인 150명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이 정한 아프간 철수 시한(8월 31일)을 닷새 앞두고 벌어진 최악 참사에 카불 현지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현지 언론 톨로뉴스에 따르면 카불은 사람들의 울음소리, 비명과 구급차 소음으로 뒤덮였다. 미군으로 추정되는 제트기가 연신 출동해 하늘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땅에는 희생자들의 피가 곳곳에 고여 있다고 한다.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 발생 지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자신을 ‘칸’이라는 익명으로만 언급한 아프간 목격자는 이날 미 폭스뉴스에 “폭발은 군중 속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해병대의 통역으로 일했다고 밝혔다. 칸은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나는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며 “5살 짜리 아이가 내 품 안에서 죽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미국인들도 많이 다친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은 칸은 “부상자들을 싣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폭탄 테러가 일어난 현장에 모여있던 인파 가운데는 영유아와 어린이, 여성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26일(현지시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했다. 시민들이 공항 인근 하수로에서 사망한 이들을 건져올리고 있다. [@ziaryaad 트위터]

카불 응급 병원은 이미 포화상태다. 의료 비영리기구(NGO) 이머전시의 로셀라 미치호 회장은 “병원은 카불 폭발 전에 이미 80%가 차 있었다”며 “공항에서 오는 부상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응급병원이 추가 병상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날 테러는 “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미 국방부는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두 명의 자살 폭탄테러범과 무장괴한 여러 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 케네스 매킨지 미 중부사령관은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추정”임을 전제하며 “테러범이 애비 게이트를 통과해 미군들이 몸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폭탄조끼를 터뜨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폭탄은 공항 내부까지 반입되지 않았으며, 공격이 발생한 곳은 게이트의 접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영국 스카이뉴스는 현지 특파원발로 “테러범들은 애비 게이트 앞의 배수로 쪽에 모여있던 아프간인들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민간인들의 피해가 컸다는 얘기다. 당초 애비 게이트 앞에는 아프간을 떠나기를 희망하며 대기하는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 모여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동영상과 사진에는 물이 고여 있는 배수로에 쓰러져 있는 민간인 희생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병원 도착한 아프간 카불공항 인근 폭탄 테러 부상자들 [AFP=연합뉴스]

미 의회와 백악관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조기를 게양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공항 밖에서의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미군 병사들, 다른 사람들 기리기 위해 미 국회의사당 깃발을 조기 게양한다”며 “의회와 국가는 무고한 생명과 부상자, 피해를 입은 모든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테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기도하듯 눈을 감으며 충격을 감추지 못 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임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백악관은 이를 일축했다. 
 
※2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 테러를 다룬 해당 기사에서 소셜미디어 갈무리 영상 중 일부가 카불 테러 관련 폭발 장면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삭제‧수정했습니다. 신속하고도 정확한 보도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