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이제 막 부동산에 눈을 뜬 30대 남성입니다. 저는 꿈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서울 좋은 곳에 100㎡(30평) 신축아파트를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뜬금없이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대통령님께서 현재 거주하시고 계신 곳에 관심이 있어서입니다. 사실, 현재 거주하신 곳의 관련 정보를 알아보려 경복궁역 주변 부동산을 몇 군데 돌아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저를 대하시더라고요. 심지어 "왜 그런 우스꽝스럽고 야한 색의 복면을 쓰고 다니냐, 당신 요새 그 유행하는 유튜번가 뭔가 아니냐" 하는 질문도 던지면서 말입니다. 아마 제가 번듯한 차 대신 자전거를 끌고 다니고, 또 복면에 일어난 보풀 탓에 너무 없어 보여서 실고객이 아니라고 판단하셨나 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20대 초반에 경복궁역 근처에 산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저에게는 참 행복했던 기억뿐이라서 언젠가 서울에 살게 된다면 꼭 그 주변에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복궁 주변에는 제가 좋아하는 산책코스가 있는데요, 경복궁역에서부터 청와대를 지나 삼청공원 말바위언덕까지 오르는 코스입니다. 대략 시간으로는 왕복 1시간 반 정도인데요, 저는 이 길을 거의 10년 넘게 즐겨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저만 알고 싶은 비밀의 산책코스이기도 합니다. 말바위 언덕 꼭대기에서 서울 시내를 한번 쫙 훑어보고 내려오면, 공원 바로 앞에 제가 자주 가는 도가니탕집이 있는데 여기가 아주 끝내줍니다.
지금 꿈은 신축아파트 거주지만 저는 한때 개인적인 희망으로 마당이 딸려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아파트는 너무 답답하거든요. 사실 여기서 제 고민이 시작되는데요. 주변에서 다들 "투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주택이나 빌라보다 실구매는 무조건 아파트"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이게 제가 세상 물정 모를 때는 사실 귓등으로도 안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뭐 저런 속물적인 생각을 하고 살지? 집이라는 게 내가 편하고 살기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저는 이제 막 눈을 뜬 부동산 꿈나무입니다! 수많은 주변인들의 잔소리에 저는 뒤늦게나마 깨달았어요. 집을 구하는 데에 있어서 유치한 낭만으로 접근하면 실패한 데이트의 끝처럼 결국 시간과 돈을 버린다는 걸요. 그런데 좀 이상한 건 주변인들의 잔소리는 그들이 제게 하는 잔소리인 동시에 자신들 스스로에게도 계속해서 해대는 잔소리 같았어요. 아마 다들 한 번쯤 가져봤던 그 유치한 낭만을 몸 밖으로 밀어내기 괴로웠던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좀 샜네요.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언젠가 서울에 마당 딸린 집…이 아니고 30평 아파트를 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 순수한 근로소득만으로는 절대로 30평 아파트를 살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저는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서 소득이 꽤 많은 편인데도요. 그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제 불알친구들인데요.
"청와대를 사자"
그래서 조심스럽게 문의드립니다. 대통령님이 보시기에 현재 계신 곳은 매력적인 투자처일까요? 앞으로의 가격 상승 여력이 있을까요? 귀한 매물이다 보니 시장에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이지만 아무래도 미리 공부하여 대비하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현재 실거주하시는 분의 관점이 궁금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경복궁역과 도보로 약 20분 거리라서, 역세권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네요. (네이버 지도 기준). 사실 부동산은 첫째도 로케이션, 둘째도 로케이션, 셋째도 로케이션이라고 제 친구한테 이야기를 들어서 좀 걱정이 됩니다.
공동명의자들(국민)은 전월세살이
문재인 대통령님. 요즘 유튜브나 뉴스를 보면 부동산 관련해서 사람들이 모두 말이 많습니다. 제각각 말이 많아서 싸우기도 많이 싸웁니다.
부부끼리도 싸우고, 자식·부모 간에도 싸웁니다. 거친 말들이 쏟아지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지고 쉽게 휘발되어 귓등에서 휙휙 날아가 버립니다. 모두가 피곤하고 모두가 왠지 서글픕니다.
삼청공원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은 다 같은 벽과 지붕들인데, 사람의 태생을 가려내는 다 다른 벽과 지붕들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언젠가 서울에 아파트를 살 수 있을까요?
오늘 아침에 삼청공원을 걷는데 잠깐 비가 내렸습니다. 달팽이 두 마리가 기어가는 걸 보면서, 쟤들도 "네 집이 크냐, 내 집이 크냐" 이러면서 놀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혼자 웃었습니다. 어차피 저는 지금 뭐 민달팽이니까요.
대통령님. 힘든 시기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모두 각자의 고충이 있겠지요. 혹시라도 그냥 젊은 친구들 이야기가 듣고 싶으시면, 제가 삼청공원 앞도가니탕 집에서 도가니탕 한 그릇 대접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마미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