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품은 '건강 나침반'
몸의 가장 낮은 위치에서 주인을 위해 매일같이 동분서주하느라 바쁜 부위가 ‘발’이다. 그만큼 발은 고마운 부위이지만 평소 신발에 가려 있어 유심히 살펴볼 시간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알고 보면 발은 전신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나침반’일 수 있다. 때로 생각지 못한 질환을 암시해 주기도 한다. 요즘처럼 발 노출이 잦을 때 자신의 발을 집중해 살펴보는 건 어떨까. 발이 보내는 대표적인 건강 신호를 풀어본다.
발톱에 까만 줄 생기면 흑색종 의심
신장 기능 저하 땐 다리에 쥐 잘 나
당뇨발 상당수, 작은 상처서 비롯
흑색종
발바닥 점 커지고 발톱 줄 생길 때
흑색종은 피부암 중에서도 잘 전이되고 사망률이 75%로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조기에만 발견하면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피부과 서현민 교수는 “발톱에 까만 줄이 겹쳐 생겼거나 발톱 주위 피부로 검은 병변이 퍼진 경우, 발바닥 점 폭이 6㎜ 이상이거나 모양이 비대칭이고 점 경계가 불규칙한 경우, 발바닥 점의 색·크기가 변하는 경우 조직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병변이 국소 부위에 한하면 병변을 도려내는 완전 절제를 시행한다. 원격전이가 있거나 4기로 진행했다면 전신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를 적용하기도 한다.
신부전
부종 부위에 손가락 자국 남을 때
신장 기능이 감소해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면 염분·수분 조절 능력이 급감해 부종은 물론 심하면 호흡곤란까지 나타날 수 있다. 염분 섭취 제한은 필수다. 부종 치료 시 처방하는 이뇨제도 소변으로 나트륨을 내보내 부종을 완화하는 원리다. 이 교수는 “일상에서 국물·찌개·젓갈 등을 적게 먹어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이뇨제를 복용할 때와 맞먹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백질도 과량 섭취하면 단백질 분해 산물이 체외로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 쌓여 요독증을 일으킬 수 있고, 신장 기능을 떨어뜨린다. 단백질 필요량은 환자 몸무게 1㎏당 0.6~0.8g이지만,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주치의와 상의한다.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주요 원인 질환은 당뇨병·고혈압이다. 당뇨병 환자의 20~30%는 신장 기능이 저하된다. 당뇨병·고혈압을 치료하면서 매년 한 번씩 신장 기능, 단백뇨 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당뇨발
발 시리고 다쳐도 안 아플 때
당뇨발 상당수는 작은 상처에서 비롯한다. 발에 난 상처를 방치하면 발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매년 약 2000명이 당뇨발로 발을 절단한다. 당뇨병 환자가 바닷가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는 건 금물이다. 날씨가 더워도 외출할 때 양말·운동화를 신어 발을 보호해야 한다. 신발을 신기 전 신발 속에 자갈 같은 이물질은 없는지 확인한다. 발이 붉거나 검게 변했거나, 수포·궤양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는다.
당뇨발에 진단되면 조직 재생을 돕는 상피세포 성장인자(EGF), 혈관 확장제, 고압산소 치료 등을 이용해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보존적 치료, 감염돼 죽은 조직을 제거하거나 상처 조직을 다른 부위의 살로 덮는 수술적 치료 등을 시행한다.
파킨슨병
발 끌거나 종종걸음할 때
걸음걸이가 파킨슨병으로 의심된다면 10년 전을 떠올려 보자.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성영희 교수는 “파킨슨병은 주요 증상이 발생하기 10년 전부터 뇌가 퇴화해 세 가지 전구 증상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심한 잠꼬대다. 꿈을 꾸다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심하게 발길질을 한다. 둘째는 후각 장애다.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후각신경이 가장 먼저 손상돼 냄새를 잘 못 맡는다. 셋째는 변비다. 섭취한 음식과 무관하게 변비가 잦아진다. 보행 장애가 생기고 전구 증상도 있다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치료 시 도파민성 약물을 복용해 도파민을 보충하는데, 약물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이상운동증이 나타나면 전기자극으로 뇌의 이상 신경회로를 조절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