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에도 무역수지 적자
8월 1~10일 수출입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높은 수출액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이 더 많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도 46억9100만 달러(5조414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했던 지난해 8월 초순(-35억92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을 더 키웠다.
8월 1~10일 주요 품목 수출입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업황 개선에 따라 투자가 늘고 있는 반도체(17.9%·17억8800만 달러)와 기계류(35.3%·7억500만 달러) 수입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품목보다는 증가 폭이 작았다.
원자재 부담에 교역조건도 악화
실제 수입액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는 최근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72% 오른 배럴당 68.29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다시 한번 70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다. 9월물 브렌트유도 전날 대비 2.55% 상승하며 70.80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수입협회 국제원자재정보센터가 발행한 코이마(KOIMA) 지수도 6월 기준 전월 대비 5.59% 오르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 품목별로 농산품(1.61%)·광산품(11.21%)·유화원료(3.71%)·희소금속(3.06%) 상승세가 컸다. KOIMA 지수는 주요 원자재 55개를 종합한 국내 대표 수입원자재 가격지수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의 모습. 뉴시스
하반기 무역 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거란 전망을 한 기관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1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한 3046억 달러, 수입은 28.7% 증가한 3060억 달러로 14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전망했다. 하반기에도 수출 상승세가 이어지지만,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경제 재개 기대감에 국제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원자재 부담 중소기업 더 커”
1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기업 500개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1분기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49.6%로 이 중 원자재 가격변동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을 한 업체는 87.4%에 달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지에 대해선 ‘일부만 반영(43.2%)’ 및 ‘전혀 못 함(43.0%)’이 전체 8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이 없다(71.4%)’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국제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을 시장에 전가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해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