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면 현안인 미국 투자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를 들여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주(오스틴·테일러), 뉴욕주(제네시), 애리조나주(굿이어·퀸크리크)가 ‘구애’를 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4개월째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의 근거 중 하나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인 만큼 삼성이 이른 시일 내에 미국 투자를 결론 낼 듯하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최초’ 타이틀 잇따라 내줘
스마트폰은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
“성장 기여할 굵직한 의사 결정 필요”
우선 미 반도체공장 투자 속도 낼 듯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잇따라 경쟁사에 빼앗겼다. 미국 마이크론은 삼성에 앞서 4세대 D램 양산에 나섰고, 지난해 11월엔 업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공개했다. 파운드리에서는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TSMC는 2024년 2나노 양산을 위해 지금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다”며 “삼성이 더 늦게 시작하면 아예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13일 풀려나더라도 등기 임원을 못 하고 해외 출장도 제한된다. 3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이틀 만에 경영위원회를 소집해 산적한 현안을 챙겼다. 이후 3개월간 인공지능과 전장(전기장치부품) 사업 등을 챙기러 세계 각지로 출장을 다녀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밝힌 대로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이 고려된 만큼, 이 부회장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취업 제한을 풀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