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살 파고드는 발톱, 직선으로 깎고 슬리퍼·하이힐 착용 줄여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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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향성 발톱 관리법

 
요즘 같은 무더위엔 맨발이 드러나는 슬리퍼를 찾기 마련이다. 굽 높은 샌들은 여름철 멋 부리는 여성의 필수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신발을 장기간 착용할 때 찾아오는 불청객 중 하나가 바로 ‘내향성(內向性) 발톱’이다. 발가락을 보호해야 할 발톱이 갈퀴 모양으로 변하면서 되레 발가락을 공격한다. 흔한 질환이라고 방치했다간 보행을 방해하고, 심각한 2차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어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내향성 발톱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내향성 발톱은 발톱 양옆이 휘어 살 속으로 파고들면서 통증·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김정은 교수는 “발톱은 발톱 밑 진피 조직인 발톱 바탕질에서 생성돼 기존 발톱을 밀면서 자라 나온다”며 “정상적인 경우 새 발톱은 다른 피부를 누르지 않고 자라지만, 외부에서 압력이 가해지거나 기존 발톱이 변형된 경우 새 발톱이 방향을 바꿔 자라 살을 파고드는 내향성 발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톱 너무 짧게 둥글게 깎아도 생겨
 
내향성 발톱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발에 압력을 가하는 신발의 장시간 착용이다. 슬리퍼처럼 발 앞쪽이 긴장되거나, 폭이 좁고 굽이 높은 샌들·하이힐처럼 발 앞쪽에 체중이 반복적으로 실리면 발톱 변형을 야기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박홍기 교수는 “내향성 발톱의 병변이 발톱 중에서도 엄지발톱에 가장 많이 생기는 건 엄지발가락에 체중이 많이 실리는 신발을 신는 습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둘째는 발톱을 너무 짧고 둥글게 깎는 습관이다. 발톱이 너무 짧으면 발톱의 양 끝 조각이 살을 파고들며 자라 내향성 발톱이 될 수 있다. 셋째는 기저질환으로 인한 발톱 변형이다. 발톱무좀·노화·당뇨발 등으로 발톱이 두꺼워지거나 굴곡이 생기는 등 변형되면 새 발톱도 변형될 수 있다. 박 교수는 “때로는 위장관계 질환, 전신 홍반 루푸스, 건선 등의 합병증으로 발톱이 심한 C자형으로 오므라드는 내향성 발톱이 발병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넷째는 유전적 요인이다. 김 교수는 “내향성 발톱은 가족력이 있을 때 더 잘 발병하는 경향이 있어 유전적 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걸을 때 발가락 가장자리가 찔려 아프거나, 이 부위에 열감·염증이 생기고 붓거나 진물이 난다면 내향성 발톱을 의심할 수 있다. 내향성 발톱이 있을 때 발에 다한증이 있거나 발이 청결하지 못하면 염증이 악화할 수 있다. 또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신발을 장시간 신으면 내향성 발톱 주변으로 진균 등 세균이 감염되고, 피하조직에 세균이 침범하는 연조직염 등 2차 감염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내향성 발톱의 예방과 조기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 연세스타피부과의원 김영구 원장은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 합병증으로 말단 부위의 감각이 둔해지고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내향성 발톱으로 상처·감염이 발생할 때 당뇨성 족부 궤양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향성 발톱은 관리하기 나름이다. 기본 수칙은 올바른 신발 착용과 발톱 손질이다. 슬리퍼처럼 발을 지지하는 부위가 발 앞에 쏠려 있거나, 발볼이 좁고 굽이 높은 샌들·하이힐 등은 착용 시간을 줄인다. 외출 시 가벼운 운동화를 지녔다가 이들 신발과 번갈아 신는 것도 방법이다. 발톱을 깎을 때 손톱깎이를 발톱 양옆에 깊숙이 밀어 넣어 짧게 깎는 행위는 금물이다. 발톱을 깎기 전엔 발을 따뜻한 물에 담가 발톱을 부드럽게 하고, 곡선형 손톱깎이 대신 일자형 손·발톱깎이를 사용해 발톱을 일직선으로 깎는 게 중요하다. 곡선형으로 깎을 경우 발톱 중 비교적 짧은 양옆 부위가 살을 파고들 수 있어서다. 발톱이 살을 충분히 덮을 만큼은 남겨둔 채 일자로 깎는다. 발톱무좀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해 발톱의 변형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과체중·비만인 경우 체중을 관리하면 발가락에 가해지는 체중 부하를 줄일 수 있어 내향성 발톱 예방에 간접적으로 도움된다.
 
 
방치 땐 보행 방해하고 2차 질환 우려
 

내향성 발톱으로 발가락이 부은 병변. [사진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내향성 발톱은 조기 치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질환으로 걷기 불편하거나 연조직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피부과·정형외과·성형외과 등을 빨리 내원해 치료를 받도록 한다.
 
 발톱 가장자리 부위에 염증이 약간 있으면서 누르면 살짝 아픈 내향성 발톱 초기라면 치과용 치실, 솜뭉치를 활용하는 보존적 치료가 시행된다. 발톱과 피부 사이에 치실·솜뭉치를 끼워 발톱·피부 사이를 살짝 벌리는 방법이다. 병변에서 진물이 난다면 이미 세균에 감염됐다는 신호이므로 소독 후 항생제 치료를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엄지발가락에 한해 발톱 교정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발톱 끝을 잡아당겨 휜 발톱을 점점 펴는 치료법이다. 발톱 변형이 심해 이 같은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악화하는 경우 국소마취 후 파고든 발톱의 옆면을 제거하는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형외과 조재호 교수는 “변형된 발톱이 다시 자라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발톱 뿌리 일부를 수술로 제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일부 네일숍에서 비의료인이 내향성 발톱을 관리하는 데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박 교수는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감염 등이 문제 될 수 있어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