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네 딸 1년에 식중독 22번…수천만원 보험금 챙긴 부부

중앙일보

입력 2021.08.07 08:00

수정 2021.09.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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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A씨 부부와 네 딸은 유독 외식한 뒤 배탈과 식중독에 걸려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았다. 또 간장게장을 먹다가 이가 상하기도하고, 음식물에서 나온 이물질에 공황장애를 겪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2018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식당 측에 배상을 요구한 경우만 22차례에 달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A씨네 부부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식중독이 발생한 걸로 꾸며 보험금을 타냈다. [사진 pixabay]

 
그런데 이런 잦은 식중독 사고가 모두 허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부부가 미성년인 네 딸까지 동원해 보험금을 받기 위해 꾸민 보험사기던 것이다. 이들 부부가 보험사로부터 받아낸 보험금은 4096만8660원이다.

[요지경 보험사기]

부부가 사기행각을 벌인 건 2018년 9월부터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식당 두 곳에서 식사를 한 뒤 두 딸이 배탈이 났다며 보험금으로 각각 235만, 44만9760원을 받아냈다. 이후 부부는 강원도 춘천ㆍ강릉ㆍ속초시와 제주도 등 전국을 돌며 보험금을 타냈다. 건당 적게는 41만원, 많게는 330만원까지 받아냈다.
 
사기를 벌일 때마다 미성년자 자녀들이 동원됐다. 자녀들과 함께 식당을 찾아 식사한 후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다고 항의해 밥값을 내지 않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하루나 이틀 뒤 딸들이 배탈이 났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식당 측에는 "배상물책임보험에 가입했으면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했고, 식당 주인이 이를 거절하면 "보건소에 신고하겠다" 며 협박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A씨네 부부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식중독이 발생한 걸로 꾸며 보험금을 타냈다. 연합뉴스

 
딸들은 부부가 보험사기를 벌일 때마다 억지로 병원에 가 진료를 받아야 했다. 보험사에 제출할 치료 내역을 만들기 위해서다. 병원을 찾아 무작정 “아이가 배탈이 났다”고 한 뒤 처방을 받았다고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상보험에 가입했을 만한 고급식당을 주로 방문한 거로 안다"며 "식당 입장에서는 보건소에 신고당해 조사를 받거나 괜한 구설에 오를 바에야 보험금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이에 응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의 범행은 2019년 6월 강원도 홍천군의 한 식당에서 덜미가 잡혔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밥값을 내지 않은 채 식당을 나오고, 하루 뒤 식중독이 생겼다며 배상을 요구한 것까지는 종전과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식당 주인이 보험사 대신 경찰에 협박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이 보험사에 이런 내용을 알렸고, 부부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이 여러 보험사에 일일이 전화를 해 보험금 지급 내역을 확인한 뒤 사기 정황을 포착했다. SIU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배상물책임보험은 보험개발원을 통한 사고개괄조회가 이뤄지지 않아 보험사기 적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경찰 조사 결과 부부의 사기 행각은 식당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 보험사기도 16건 저질렀는데, 부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남편이 다른 차량으로 들이받는 수법을 주로 썼다. 보험사에는 “동승한 네 딸이 다쳤다”며 보험금을 타냈다. 네 딸은 이때마다 또 병원에 가서 허위 치료를 받았다. 이렇게 딸들을 동원한 자동차 보험사기만 5차례 벌였고, 보험사에서 합의금으로 1470만원을 받아냈다. 또 부부가 각각 운전하던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몸을 부딪치거나, 화물차 바퀴에 발을 밀어 넣는 등의 수법으로 합의금을 뜯어내기도 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남편인 A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부인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B씨의 경우 미성년자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사정 등이 참작됐다. 재판부는 미성년 자녀들을 보험사기에 동원한 점 등을 들어 “범행의 경위, 수법, 횟수,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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