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 회계기준 도입 후 첫 분기 매출 30조 돌파"(현대차)
“반기 영업익 사상 최대 1조2002억” (에쓰오일)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사상 최대의 2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다. 도쿄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각종 신기록을 쏟아내듯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기업들도 너도나도 기존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아랑곳 없이 '사상 최대 실적'을 쏟아내는 이유가 뭘까. 또 사상최대 실적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국내외 대기업 너나없이 최고 실적
실적 신기록 경신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철강업을 대표하는 포스코 역시 올해 2분기에 분기 실적 신기록을 썼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조2925억원과 2조2006억원으로 분기 실적을 공개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를 찍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6219억원, 5453억원을 기록한 현대제철도 1953년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기도 33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 대유행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전자와 IT 분야도 실적 기록 경신이 한창이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생활가전에서만 매출 6조8000억원(시장 전망치)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만 매출 10조 3217억원을 올려 2018년 3분기 이후 처음 분기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삼성SDI는 2분기에만 3조33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실적 신기록 행진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애플·TSMC와 테슬라도 새로운 기존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대 실적 배경은 풍부한 유동성
코로나 대유행으로 억눌렀던 소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반발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보복소비다. 지난해 연말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건설기계가 대표적이다. 소형건설장비업체인 두산밥캣은 올해 2분기에만 영업이익 1401억원을 올려 10년래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 구조가 실적 신기록을 견인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등은 기존 글로벌 경쟁력에 더해 코로나 수혜를 입으며 일시적으로 실적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호실적에도 마냥 웃진 못해
여행·조선 등은 침체…K자 회복세 뚜렷
여기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철강업과 직접 연결된 조선업종은 올해 2분기 적자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후판(厚板) 등 철강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또 근로자 4명 중 1명을 책임지고 있는 자영업은 코로나 침체의 터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장섭 교수는 기업의 실적 신기록 경신을 K자 회복의 증거로 봤다. 신 교수는 “좋아지는 산업은 더욱 좋아지고 나빠지는 곳은 더욱 나빠지는 K자 회복의 전형적인 패턴”이라며 “이런 양극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 보급률 그리고 정부의 유동성 회수가 향후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