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민감한 장엔 닭고기·부추, 복부비만엔 오징어·황태가 맛있는 보양식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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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높은 사람] 탈수 예방을 위해 보리차·미숫가루 등으로 수분·전해질을 보충한다.

 여름나기 건강 식단 여름철엔 유난히 식사 관리가 힘들다. 무더위에 입맛을 잃기 쉬운 데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자칫 잘못 먹으면 속병을 앓기 일쑤다. 여름내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은 보양식이 오히려 영양 과잉을 부르거나 휴가·여행지에서 과음·과식하다 식습관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여름나기에 취약한 사람들은 적절한 식이요법이 필요한 시기다. 몸 상태에 맞는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식사를 즐김으로써 맛과 건강을 두루 챙기자. 
 

설사 잦으면 마 활용한 음식

[장이 약한 사람] 닭고기·찹쌀·부추 등 성질이 따뜻한 음식을 챙겨 먹는 게 좋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찬 음식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찬 음식을 먹으면 순간 속이 시원해져 더위가 가시는 것 같지만, 평소 장이 약한 사람은 장이 더 예민해질 수 있다. 찬 음식은 가열하지 않은 게 대부분인데 많이 먹으면 감염성 설사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방에선 날것이나 찬 음식은 위장을 상하게 하고 비위를 약하게 한다고 본다. 찬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소화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음식물 소화가 잘 안 되고 배탈·설사로 이어지기 쉽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는 “체질적으로 소화 기능이 약하고 속이 차면 찹쌀·닭고기·부추 등 성질이 따뜻한 음식을 먹고, 돼지고기·녹두·빙과류 같은 성질이 찬 음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돼지고기·녹두는 성질 찬 음식
우유와 바나나·블루베리 조화
성장기에 좋은 조개·게살 요리

 아랫배가 자주 아프고 설사가 잦으면 마를 활용한 음식, 변비가 심하면 야채류나 수분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도움된다. 장이 민감한 사람은 고지방의 기름진 식사를 하면 증상이 악화해 오히려 체력을 빼앗길 수 있다. 반면에 저포드맵 식사를 활용하면 맛과 건강을 고루 챙길 수 있다.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남아서 발효되는 식이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식사법이다. 여름철엔 가지·호박·시금치·당근·죽순·셀러리를 기름에 살짝 볶아 비빔밥을 만들어 먹거나 유당이 제거된 우유에 바나나·블루베리·멜론을 갈아 간식으로 먹으면 별미다.
 
 

지방간 있으면 해산물 권장

 

[비만하거나 운동 부족인 사람] 기름진 음식보단 신진대사와 피로 해소에 좋은 해산물로 보양한다.

무더운 여름엔 땀을 많이 흘리고 활동량이 많아 체력과 면역력이 고갈되기 쉽다. 그렇다고 고열량·고단백 식품을 자주 먹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특히 복부비만이나 고지혈증, 지방간이 있거나 운동 부족인 사람은 이런 종류의 음식을 탐닉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을 땐 3분의 2인분 정도만 먹고 살코기 위주로 먹으며 국물과 밥은 남기는 게 좋다. 집에서 조리할 땐 육류의 껍질을 떼거나 요리한 다음 식혀 기름을 제거한 뒤 데워 먹는 요령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보양식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오징어·낙지·문어·전복·황태에는 타우린이 함유돼 있어 신진대사를 돕고 피로 해소에 도움된다. 대부분 고단백·저지방·저칼로리 식품이어서 영양가가 높다. 맵고 짠 양념이나 육수로 이뤄진 요리보단 물에 데치거나 심심하게 간을 한 찜·무침·볶음 형태로 먹으면 맛과 영양,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다. 평소에는 땀으로 배출된 수분과 모자라기 쉬운 비타민·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도록 제철 과일과 채소를 고루 먹는다.
 
 

만성질환자는 탈수 막아야

 

[당뇨가 있는 사람] 제철 과일 중 혈당 상승 위험이 덜한 복숭아·포도·자두를 먹는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은 고혈압·당뇨병·콩팥병이다. 이들 질환을 앓고 있다면 균형 잡힌 저지방·저염·저당식을 유지하는 게 건강 관리의 기본이다. 여기에 여름철엔 탈수를 예방하는 게 건강 포인트다. 고혈압 환자 중에는 여러 종류의 약을 먹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수분·전해질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장시간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갑작스러운 저혈압이나 전해질 이상으로 의식 저하가 올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맹물보단 보리차 같은 식음료나 미숫가루 등을 섭취하는 것이 전해질 보충에 도움된다. 삼계탕·추어탕 등 보양식을 먹을 땐 건더기 위주로 먹고 오이, 양배추 등 채소를 곁들여 나트륨 배출을 유도한다.


 당뇨병 환자도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되면 혈당이 올라가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혈액순환에 방해가 된다. 갈증을 해소할 정도의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신다. 당뇨병 환자는 무더위에 입맛이 떨어졌다고 식사를 거르면 저혈당, 덥다고 시원한 과일이나 음료수를 많이 먹으면 고혈당이 올 수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김진택 교수는 “약물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는 정해진 시간에 먹는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다”며 “입맛이 없을 땐 냉콩국수, 냉채 등 계절 음식으로 색다른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다만, 그는 “과일은 섭취할 양을 미리 정해놓고 1~2쪽씩 다양한 과일을 먹는 게 좋다”며 “여름 과일 중 수박은 당지수가 높으므로 복숭아·자두·포도로 대체해 먹으면 혈당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오르고 포만감이 오래간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콩팥 건강을 좌우하는 요소는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다. 체내 수분량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한편, 근육 작용에 관여하는 칼륨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감소한 환자는 배설 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칼륨을 쌓아둔다. 그러면 사지 저림, 전신 무기력감은 물론이고 심장 근육에 영향을 미친다.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는 미나리·부추·상추·시금치·쑥갓 등 주로 초록색 줄기채소다. 칼륨은 껍질과 줄기에 많으므로 조리 시 잎만 사용하거나 재료의 5배 정도 양의 물에 5분간 데친 후 꼭 짜서 먹도록 한다. 여름에 한 끼 대용으로 먹기 쉬운 과일 주스, 녹즙 등에는 칼륨이 농축돼 있으므로 섭취를 자제한다. 과일 중에선 바나나·키위·참외·토마토·천도복숭아에 칼륨이 많다.
 
 

노인은 열무로 기력 되찾고

[어린이·청소년] 양질의 영양소가 고루 든 콩·두부 요리가 여름 체력 관리에 도움된다.

 
기력이 많이 떨어진 노인이나 성장기 청소년은 여름에 영양식을 챙겨 먹는 게 좋다. 건강한데 체력이 부족한 고령자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므로 영양 밀도가 높은 식단을 꾸리는 게 최선이다. 단백질 보충을 위한 생선·달걀·육류·콩류, 변비와 만성질환을 예방하도록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류·채소·과일·해조류, 칼슘 보충을 위한 우유·유제품을 식사나 간식에 고루 배치해 먹는 게 효과적이다. 한여름에는 섬유질과 칼슘이 풍부하고 수분이 많은 제철 채소인 열무가 입맛을 되돌리는 데 좋다. 열무김치 국수, 열무 보리밥이 대표적이다. 이땐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다른 어육류, 채소 반찬을 반드시 곁들여 먹는다.
 
 여름에는 유독 달고 시원한 음식이 많이 당긴다. 상대적으로 편식하기 쉬워 성장기에는 신체 성장과 두뇌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5대 영양소가 충족된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과다한 간식 섭취는 피한다. 입맛 없어 하는 어린이·청소년에겐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풍부한 조개와 단백질의 보고인 게살을 활용해 별식을 만들어 주면 여름철 영양 보충에 좋다. 버섯과 녹황색 채소를 곁들인 조개·게살 샤부샤부를 먹으면 단백질과 비타민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이 고루 든 콩으로 만든 두부 요리도 여름에 제격이다. 야채와 같이 먹는 두부 전골이나 과일을 곁들인 두부 샐러드를 추천한다. 다이어트를 자주해 기운이 없고 면역력이 떨어진 여성은 고단백 식품인 장어 요리를 권할 만하다. 장어의 콘드로이틴이란 성분이 기운을 돋우고 노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염분과 당 함량이 높은 양념보단 소금 간을 살짝 한 구이로 먹는 게 좋다. 이때 부추·생강·배추 등을 함께 섭취해 배불리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