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은 40ft(피트) 컨테이너 4개가 점령했다. 갓 생산한 비데를 보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대여한 것이다. 8명이 쓰던 2층 사무실은 자재용 창고로 바꿨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김포의 한 중소기업 공장이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21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아이젠의 공장에선 짬통 더위 속에서 수출용 비데 생산으로 눈코뜰새 없었다. 아이젠은 자체 브랜드와 제조자 개발생산(ODM)으로 국・내외 주요 브랜드에 비데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이다. 공장에 딸린 창고 앞에선 지게차가 수출 상품을 컨테이너 차량에 쌓아 올렸다.
중소기업 덮친 수출 물류 대란 현장
코로나로 美 수출 늘었지만 선적 지연
"블랙프라이데이 재고 부족해 못 팔아"
컨테이너선 이어 벌크선 부족 현상도
하반기에도 선박 운임 고공행징 계속
컨테이너 빌려 주차장에 놓고 수출 상품 보관
유 부사장은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미국 바이어가 재고가 없어 상품을 팔지 못했다”며 “그런데 올해 들어 주문이 들어와도 선박을 부킹(예약)하지 못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현재도 뉴욕 항 기준으로 미국 수출은 1달 남짓 선적 일정이 밀려있다. 미국 비데 보급률은 1% 미만에 불과해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회가 찾아왔지만 물류대란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아이젠은 이달 24일 10TEU(20ft 컨테이너 1개) 분량의 비데를 수출할 예정이다. 무역협회와 SM상선이 만든 중소기업 해상운송 지원사업에 선정돼 미국 행 컨테이너를 어렵게나마 마련했다. 유 부사장은 “우리 같은 수출 중소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임시 물류 창고 등을 저렴하게 지원해 주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물류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운임도 역대 최고치 찍어
수출 선박 운임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에 코로나19, 수에즈 운하 사고 등 다양한 악재 겹쳤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조성대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전에 오랜 침체를 겪은 해운업은 적극적인 선박 발주에 나서지 않았다”며 “코로나로 일시적 위축 후 급격히 늘어난 선복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컨테이너선 스케줄이 꼬였다.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항구와 항구를 오가며 물건을 선・하적하는 컨테이너선은 일반적으로 노선버스에 비유되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항만 작업자들이 출근하지 못하면서 정해진 스케줄이 깨지기 시작했고 그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항만 셧다운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여기에 지난 3월 수에즈 운하 사고가 뮬류난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컨테이너선 이어 벌크선 부족으로 확대
벌크선 운임 가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이달 들어 3000 이상을 기록하면서 1000 이하에 머무른 지난해 상반기보다 3배 이상 상승했다. 국내 한 중장비 생산 기업 관계자는 “수출 선박을 구하지 정해진 수출 물량 중 일부를 한 달 뒤로 미루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박 운임 하반기에도 고공행진 계속할 듯
정호상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원유 가격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운임지수 고공행진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물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수출 중소기업을 상대로 정부가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