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레오는 지난 2일 입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팀 훈련에 합류했다. 20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금융그룹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레오는 여유가 넘쳤다.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섹시" "핸섬" "마초"를 외치며 몰입했다. 2013년 삼성화재에 막 입단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레오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78㎏이었고, 마지막 시즌(14~15)엔 92㎏까지 늘어났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몸이 좋아졌다. 여러 리그(터키, 레바논, 중국, UAE)를 거치면서 경험도 쌓였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행운이 오라는 의미로 머리를 짧게 깎아 아이 같은 모습이 있었다. 지금은 좀 더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수염을 기르게 됐다"고 웃었다. 레오는 "나는 공을 때리는 걸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많이 때릴 수 있어 좋다. 그런 점을 잘 알아서 웨이트트레이닝도 예전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쿠바 대표 출신 레오는 12~13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V리그를 지배했다. 2년 연속 득점·공격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뛴 3년 내내 정규시즌 MVP를 독식했고, 삼성화재는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차지했다. 챔프전 MVP도 두 번이나 받았다.레오의 강점은 '토털 패키지'라는 것이다. 그는 공격 뿐 아니라 리시브에도 가담하는 레프트다. 2m6㎝ 장신이지만 유연해 공수에서 모두 뛰어났다. 경기 내내 지치지 않고, 서브를 받아낸 뒤 상대 머리 위에서 스파이크를 꽂았다.
그런 레오가 6년 만에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내자 모든 팀이 그에게 주목했다. 11%의 낮은 확률이지만 1순위를 뽑은 OK금융그룹은 만세를 부르며 레오를 지명했다. OK와의 만남은 레오에게도 행운이었다. 석진욱 감독과는 삼성에서 함께 뛰었고, 삼성 시절 통역이며 스페인어도 할 줄 아는 남균탁씨도 있기 때문이다.
레오는 "매우 기분좋았다. 최근 V리그에 재능있고, 젊은 선수들이 많이 오는데 1순위라는 건 기쁜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에서 OK에게 진 기억이 있지만, 이 팀에서 뛰게 되어 좋다"고 했다. 그는 "석 감독은 당시 선수였지만 코치처럼 내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같은 포지션이라 더욱 통하는 게 많았다. 내 스타일도 잘 안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좋다"고 했다.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한국을 떠날 때와 달리 레오는 이제 베테랑이 됐다. 공교롭게도 OK금융그룹은 최근 팀내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다. 석진욱 감독은 레오가 외국인선수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레오는 "삼성에 있을 땐 어려서 팀이 원하는 대로 따라갔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여러 리그를 다녀 경험도 생겼다. 아직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레오는 최고 선수였던 과거의 자신과 싸워야 한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자신감도 있다. 그는 "나는 도전자다. 예전에 MVP를 받고 우승했던 모습을 한국 팬들이 기억하지 않나.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재현하고 싶다. 감독님도 우승 DNA가 있는 분이다. 삼성에서 그랬던 것처럼 OK에서 두 번 캄페오니스(스페인어로 '챔피언')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