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조희경의 아동이 행복한 세상(4)
사랑의 매, 어릴 적 참 많이 듣던 말이다. 우리 집 거실에도 ‘사랑의 매’라고 글씨가 새겨진 회초리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를 제압하기에 충분했었다.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오래된 드라마 대사처럼, 그 시절 부모님들은 ‘다 자식 잘되라고 하는 거다’라는 말과 함께 ‘사랑의 매’를 사용하셨다. 그때는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징계권 폐지로 자녀체벌 더 이상 안 돼
그럼에도 우리나라 민법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서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제915조 징계권)이 존재해왔다. 이에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법률 및 관행상의 ‘간접 체벌’과 ‘훈육적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많은 아동단체는 민법 제915조 징계권이 ‘자녀에 대한 폭력’을 ‘자녀 훈육’으로 정당화시키는 조항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속해서 지적해 왔다. 실제로 아동학대 사건에서 친권자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법정에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6월 천안 여행가방 아동학대 사망사건, 10월 정인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징계권 삭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21년 1월 8일,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는 부모의 자녀체벌 근거로 여겨졌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자녀에 대한 체벌이 금지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 개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민법이 1958년 제정된 이후 63년 만에 개정되었고, 한국은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함으로써 법적으로 아동을 완전히 보호하는 국가가 되었다. 자녀의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197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핀란드, 뉴질랜드 등이 가정 내 체벌을 금지했으며,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62번째 체벌금지국가 되었다. 한국이 징계권을 폐지해 모든 상황에서 아동체벌을 금지했다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는 큰 이슈였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부모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자녀체벌 금지 몰랐다’는 부모 66.7%
자녀체벌, 아동발달에 악영향
이제라도 정부가 민법의 징계권을 삭제해 63년 만에 자녀체벌을 금지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법 개정은 아동권리 보호의 시작일 뿐이며, 이를 실천해야 하는 부모가 여전히 자녀체벌이 금지된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부모와 양육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동에게 신체적 체벌이나 정서적 학대를 해서는 안 된다.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자녀 앞에서 부부가 큰 소리로 싸우거나 하는 것도 명백히 정서적 학대이다. 특히 자녀에게 애정표현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정서적 방임으로 이 역시 학대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자녀를 올바르게 가르치고 양육하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사랑과 인내, 용서와 이해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사랑하는 자녀,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