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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아동과 어린이, 뭐가 다르지?…법마다 연령기준 뒤죽박죽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희경의 아동이 행복한 세상(1)

모든 아동은 행복해야 한다는 미션으로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원고를 시작한다. 저개발 국가의 취약아동을 돕는 것을 포함해 한 명의 아동도 낙오하지 않고 모든 아동의 권리를 증진하고 실현하는 것이 보다 궁극적인 미션이라는 생각이다. 권리의 주체로서 아동이 스스로의 의견을 주요 이해당사자의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잠재된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편집자〉

지난 5월 5일은 제99회 어린이날이었다.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존엄성과 지위 향상을 위해 제정한 날로 여러 나라에서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을 ‘만18세 미만의 사람’으로 규정하고, 아동권리협약 체결일(11월 20일)을 ‘세계 아동의 날(World Children’s Day)‘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5월 5일을 아동의 날이 아니라 어린이날이라고 하는 걸까?

어린이와 아동에 대한 기준 연령을 개별 법률에 따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을 '18세 미만인 사람'으로 정의한다. [사진 pixabay]

어린이와 아동에 대한 기준 연령을 개별 법률에 따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을 '18세 미만인 사람'으로 정의한다. [사진 pixabay]

5월 5일 어린이날의 기원

’어린이‘라는 말은 1920년대 초 소파 방정환 선생이 처음 사용하였다. 당시엔 ’어른‘의 반대 의미로 ‘아이’나 ‘아기’로 불렀는데, ‘어린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어린이’를 사용함으로써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의미였다. 1922년 4월 소년운동단체와 신문사 등이 모여 5월 1일을 첫 번째 어린이날로 선포하였고, 1927년에는 노동절인 5월 1일 대신 5월 첫째 일요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였다. 해방 이후 첫 기념식이 1946년 5월 첫째 일요일인 5월 5일에 휘문중학교에서 개최되었는데, 이때부터 어린이날이 5월 5일로 정해졌다.

어린이와 아동은 의미가 다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로 4, 5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이고 아동은 ‘나이가 적은 아이로 대개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부터 사춘기 전의 아이’라고 한다. 사춘기가 대략 15세부터 20세까지이니 사전상 정의로는 어린이와 아동은 ‘대략 4, 5세부터 13, 14세까지의 아이’를 칭하는 비슷한 말로 볼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세 이상 성인 8000명 대상으로 아동을 몇 살까지로 생각하는지를 조사했는데, 12세까지라는 응답이 32.6%, 13세까지가 18.5%였다.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아동’은 12세 또는 13세 이하로서, 초등학생까지라고 정의하는 어린이와 다르지 않다.

‘아동복지법’에는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5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를 어린이 주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아동복지법’에는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5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를 어린이 주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내법상 어린이는 13세 미만, 아동은 18세 미만

반면, 어린이와 아동의 법률상 정의는 사전적인 정의와 큰 차이가 있다. 먼저, 국제법으로 아동이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이며 권리의 주체임을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살펴보자.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제1조에서 ‘아동(Child)’을 ‘18세 미만의 자’로 정의하고 있다. 영어단어 ‘Child’는 ‘아동’으로 번역하고 ‘어린이’와 구별해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국내법은 어린이와 아동에 대한 기준 연령을 개별 법률에 따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어린이날을 규정하고 있는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18세 미만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형법(16세 미만)과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16세 미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별법은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보통법에서의 나이는 모두 ‘만 나이’이므로 아동은 만 18세 미만인 사람, 대략 고등학생까지를 말한다. 또한 아동이라는 개념 안에 발달연령 구분에 따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혼재되어 있고, 관련 법도 제각각이라 소관 부처도 제각각이다.

어린이를 18세 미만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만13세, 또는 14세 이하의 사람’으로 정의하는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린이를 13세 미만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는 어린이는 13세 미만의 사람이다.

법률에 따라 소관 부처도 달라

법률은 일관성과 통일성이 중요한데, 법률에 따라 어린이와 아동의 정의가 다르다는 것은 그 법의 적용을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불리하다. 특히 법률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가 있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부처는 식품의약청, 행정안전부, 경찰청이다. 여기에 더해 아동 안에 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소관부처다(「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을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의). 법률마다 정책 대상인 아동·어린이의 연령을 정의하는 이유는 법적 혼란이나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이처럼 기준 연령이나 소관 부처가 다르다면 정책 내용이나 대상의 중복 또는 사각지대 발생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포괄적이고 일관된 법체계로 정비 필요

국내 주요 아동권리기관들은 대부분 아동과 어린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초등학생까지를 어린이로, 12세까지를 아동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차원에서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으나 법적인 차원에서는 어린이와 아동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즉 국내법에 따르면 통상 아동은 18세 미만의 사람, 어린이는 13세 미만의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으므로 포괄적 보호를 위해서는 ‘아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의 사람인 아동’에게 권리를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아동권리협약을 기반으로 관련 법률이 포괄적이고 일관된 법체계로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심각한 저출산을 해결하고자 ‘아동청’을 신설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는 ‘아동기본법’제정과 일관된 아동정책 추진을 위해 소관부처를 단일화할 때가 되었다. 이를 통해 법률 간 연령의 중복과 누락으로 인한 아동의 권리 침해를 예방하고 모든 아동이 잠재적 역량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적 지위가 보장되는 그 날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권리옹호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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