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너무 더워도 너무 서늘해도 탈 나는 몸…물·휴식·환기가 36.5도 지켜주죠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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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변화 심한 여름철 건강관리
사람은 온도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여름철엔 더욱 그렇다. 바깥에서 무작정 무더위에 노출됐다간 온열 질환에 걸릴 수 있고, 덥다고 온종일 에어컨을 켜 둔 실내에 머물면 냉방병에 시달린다.
 
온열 질환은 신속히 조처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냉방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여름 감기 격으로 여름철 체력 유지에 걸림돌이다. 이럴 땐 더위를 슬기롭게 피하고 실내·외 온도 차를 최소화함으로써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온도 대처법을 알아봤다.

일사병 걸리면 체온 37~40도
열경련·열부종·열실신도 주의
시원한 그늘서 쉬며 회복해야

실내·외 큰 온도차 냉방병 유발
두통·피로감·복통 동반할 수도
5도 이상 차이 안 나게 해 예방

폭염에 기승 부리는 온열 질환

 
인간은 대표적인 항온 동물로 평균 36.4~37.2도의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과도한 열에 노출돼 열 조절 기능에 한계가 오면 건강에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땀이 많이 나 체액이 부족해지면서 일사병(열탈진)이 발생하기 쉽다. 일사병에 걸리면 신체 온도가 37~40도까지 올라간다. 그러면 심장에 부담이 가고 높은 기온과 습도 탓에 체내의 전해질과 영양분이 손실되며 탈수가 온다. 어지러움과 약간의 정신 혼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이어진다. 근육통이 나타나는 열경련, 몸이 붓는 열부종, 갑자기 의식을 잃는 열실신 등도 주의할 온열 질환이다. 이들 질환은 대체로 서늘한 곳에서 쉬면 회복된다.
 
그러나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는 열사병은 다르다. 체온 유지를 담당하는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기능을 상실한다. 그러면 섬망·발작·혼수 증상이 나타나고 빈맥·저혈압·과호흡 등이 나타난다. 열사병은 일사병과 달리 땀 나는 기능이 소실돼 뜨겁고 건조한 피부를 보이는 대신 땀이 많이 나지 않는 편이다. 열사병은 여러 장기를 손상할 수 있는 응급 상황으로 즉각적인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평소 고혈압·당뇨병·뇌졸중·동맥경화와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더위 그 자체가 건강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리거나 어지럼증, 무력감을 느꼈다면 활동을 멈추고 그늘이나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열 질환은 작은 실천으로 예방할 수 있다. 무더위를 피하는 게 기본이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신고 현황 연보’에 따르면 온열 질환 발생 장소는 공사장 등 작업장(35.1%), 실외 논밭(19.7%), 실외 길가(12.2%) 순으로 많았다. 체온 조절 능력이 낮아 온열 질환에 취약한 고령자나 어린이는 낮에 외출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다. 심장 질환자도 마찬가지다. 체온이 상승하면 심장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과부하에 걸릴 수 있다. 젊다고 체력을 과신해서도 안 된다. 온열 질환자의 36%가 20~40대였다. 체온 조절에 한계가 와도 자각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평소 대비 활동량을 20~30% 줄인다.
 
헐렁한 밝은 색 긴소매 옷 입고
야외 활동을 할 땐 창이 긴 모자를 쓰고 헐렁한 밝은색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도 모자·양산을 쓰고 땀을 잘 배출하는 샌들이나 기능성 신발을 신는다. 폭염에는 시원한 물로 자주 샤워하고 수시로 물을 마신다. 카페인과 탄산음료, 술은 이뇨 작용으로 오히려 탈수를 유발할 수 있어 피한다.
 
더위 탓에 어지럽거나 두통이 있고 피로감이 몰려온다면 곧바로 그늘이나 서늘한 곳을 찾는다. 옷을 헐렁하게 하고 휴식하면서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신다. 폭염에 의식을 잃은 사람이 있다면 전문적인 냉각요법을 받을 수 있도록 119를 먼저 부른 뒤 시원한 장소로 옮겨 겉옷을 벗기는 등 몸을 시원하게 해준다. 서 교수는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진다면 야외 활동 시 열지수나 기상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주변에 서늘한 휴식 장소가 있는지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며 “운동은 아침 일찍 또는 석양에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과도한 냉방이 부른 여름 고질병

 
무더위가 이어지는 시기엔 과도한 냉방기기 사용으로 건강을 해치는 일도 잦다. 건물이나 자동차 내부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찬 공기에 노출되면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냉방병은 공기가 순환되지 않는 실내에서 냉방을 지속했을 때 나타나는 이상 증상을 말한다. 주로 실내·외 큰 온도 차가 원인이다. 실내·외 기온차가 5~8도 이상이면 몸이 온도에 적응하지 못해 체온 조절에 실패한다.
 
체온 조절 과정이 막히면 자체적으로 노폐물과 열기를 배출할 수 없게 돼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자율신경계에 변화가 생긴다. 냉방병에 걸린 환자는 주로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두통·피로감을 호소한다. 또 코와 목이 마르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한기를 느낀다. 어지럽고 졸리며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복통이 발생할 수 있다. 온도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말초 혈관이 수축해 얼굴·손·발 등이 붓기도 한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지는 여성도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주현 교수는 “알레르기가 있거나 이미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는 만성질환자가 냉방병에 걸리면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실내 습도가 낮게 유지되면서 호흡기가 건조해지고 기관지가 예민해져 인후통·기침·콧물을 유발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냉방병은 냉방기기 사용을 중단하면 며칠 내로 좋아진다.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냉방기기를 끄고 실내를 충분히 환기한 다음 휴식을 취한다. 에어컨을 가동할 땐 장시간 사용하지 말고 실내에 차가운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1시간에 10~20분씩 환기하며 습도는 50~60% 수준으로 맞춘다. 무엇보다 바깥과 온도 차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하고 실내를 24~25도 이하로 장시간 유지하지 않는다. 덥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처음에는 온도를 낮췄다가 점차 올리는 방법으로 냉방한다. 에어컨 필터는 세균·곰팡이 번식을 막기 위해 2주에 한 번 청소한다.
 
에어컨 바람 직접 몸에 안 닿게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는 건 좋지 않다. 체온이 금방 떨어져 한기를 느끼거나 근육이 뭉쳐 어깨 같은 부위가 결리기 쉽다. 에어컨 바람막이를 설치하거나 송풍구를 조절해 간접 냉방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장시간 냉방을 계속하는 차 안이나 사무실에선 미리 긴소매 겉옷을 준비해 체온 조절에 나선다. 냉증이 있는 사람은 손이나 발가락 등 몸의 끝부분이 시리곤 한다. 편한 신발을 신되 양말을 신어 발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한다. 발이 따뜻하면 전신 혈액순환에도 좋다.
 
목이나 어깨에 스카프를 둘러도 냉기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 찬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으면 체감 온도는 약 3도 떨어진다. 스카프 한 장을 휴대하고 다니면 한기를 느낄 때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실내에서도 가끔 몸을 움직여 근육의 수축을 막고 혈액순환을 돕는 게 좋다. 1~2시간마다 10분 이상 틈틈이 바깥 공기를 쐬면서 스트레칭하는 것도 도움된다. 냉방이 잘 되는 곳에선 찬 음료보다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신다. 박 교수는 “냉방병은 몸의 면역력이 낮을 때 걸리기 쉽다”며 “정기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고 과음·과로하지 않도록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