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탄소세도 걱정이지만, 국회의 탄소세법이 더 무서워"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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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한국 철강 산업의 고전이 예상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의 모습. [중앙포토]

 
유럽연합(EU)이 15일 탄소국경세 도입 등을 담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법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발전 등 5개 분야에서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게 됐다. 국내 기업들은 여기에 올해 3월 국회에 발의돼 있는 탄소세 법안이 통과할 경우 2025년부터 연간 최대 36조원이 넘는 추가 부담을 안게된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은 EU로 15억23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 어치의 철강을 수출했다. 알루미늄은 1억8600만 달러(약 2100억원) 규모다. 반면 비료는 200만 달러(약 23억원)에 불과하고, 시멘트와 발전의 수출액은 ‘0’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알루미늄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향후 품목이 확대될 경우 수출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EU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수출 타격 

경제계는 탄소국경세 자체보다는 이번 EU의 조치가 ‘탄소 중립’ 관련 조세 도입에 불을 붙이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탄소국경세가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바로 올 3월 국회서 발의된 탄소세 법안이다. 탄소국경세가 특정 수출 품목에 국한된 관세지만, 탄소세는 국내 모든 기업에 영향을 주는 국세(지방세 포함)이기 때문이다.
 
현재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24개국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탄소세를 걷고 있는 곳은 일본(5위)과 캐나다(10위) 두 곳에 불과하다. 일본은 ‘지구 온난화 대책세’를 통해 석유석탄세에 추가로 부과하고, 캐나다는 지방세로 걷고 있다.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 중 탄소세율이 높은 나라는 비교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큰 핀란드·스웨덴·스위스 등이다. 반면 배출 2위 미국은 탄소세 도입 대신 향후 10년간 청정에너지, 친환경 수송, 친환경 산업공정 연구에 4000억 달러(약 46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별 탄소세 도입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회 탄소세 법안이 더 큰 우려" 

이런 상황에서 탄소세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특히 거둬들이는 조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국회서 발의된 탄소세 법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온실가스 1톤당(tCO₂) 4만원을, 그리고 2025년에는 8만원을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국회 발의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연간 최대 36조3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이는 지난해 거둬들인 2019년도분 전체 법인세수(72조1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상위 100대 기업이 전체 탄소세의 90%를 부담하게 되는데, 탄소세액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기업은 최대 50개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발전에너지 분야가 가장 큰 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부문이 뒤를 이었다. 특히 주요 발전 에너지 공기업과 자회사(한국전력·한수원·남동발전·동서발전·남부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가 부담해야 하는 탄소세만 12조원에 가까웠다. 탄소세 부담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의 큰 요인이 될 수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과도한 탄소세 도입으로 산업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탄소 배출이 감소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강화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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