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그러들며 바닥을 치고 업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던 관광업계가 인도형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에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주요 항공사와 여행사의 주가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고 다시 인력 감축을 시작한 곳도 있다.
관광업계의 의견을 모으는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고 정부의 지원 연장을 호소했다. 우기홍(대한항공 사장)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상복귀에 대한 희망은 커지고 있지만 관광업계는 아직 온기를 느끼기 어렵다”며 “더 이상 버틸 여력이 많지 않은 관광업계에 정부의 적극적이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엔 하나투어·조선호텔앤리조트·호텔롯데·한진관광 대표 등이 모여 한 목소리를 냈다.
항공·여행업계의 가장 큰 고충은 해외 관광 입·출국자가 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 발표자로 나온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국가별 백신접종률 편차,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글로벌 여행객의 발길은 여전히 끊겨 있어 여행업의 회복 신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2023년이 지나야 완전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주가 다시 하락세
코로나19 초기 확산 시점인 지난해 3월 기준 3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던 하나투어 주가는 올해 백신 보급 등의 기대감으로 9만1000원(이번달 10일)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된다는 소식에 해외 여행 활성화가 지연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다시 떨어져 29일엔 이보다 13.6% 낮은 7만8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번달 10일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국내에서도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발표한 날이다. 대한항공 주가도 10일 3만3900원이었다가 29일엔 3만1500원으로 이 기간 7.1% 내렸다.
여행업계 2위로 평가받는 모두투어는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근무한 기간에 따라 최대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지난해 매출이 81.6% 줄었던 모두투어는 올해 백신 보급에 따른 업황 회복을 기대했지만, 델타 변이 확산이라는 벽에 부딪쳤다. 모두투어 측은 “회사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을 노조도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해줬다”고 설명했다.
업계 "트래블 버블 확대를"
이날 회의엔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정부 측 인사로 나왔다. 김 차관은 “조금씩 긴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며 “우리도 트래블 버블 협의를 진행 중이고, 환경 변화를 고려한 관광 정책을 모색해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