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일 출마선언, 최재형은 오늘 사퇴…대선 레이스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00:02

수정 2021.06.2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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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퇴 후 본격적인 정치 도전 채비에 나선다. ‘6·29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출마 선언 무대인 서울 서초구의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27일 사전 답사했다. 국민의힘 입당 후 대선 출마설이 나오는 최 원장의 감사원장직 사퇴(28일),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공식화(29일)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이 이번 주 잇따라 기지개를 켜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야권의 대선 골든위크(Golden Week)”라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8~30일 대선 후보 등록에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여야 차기 주자들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최 원장은 2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교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28일 사퇴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선 도전 여부에 대해선 “더 고민해야 한다.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윤석열 내일 공식 출마선언
‘야권 주도권 다툼 예고편’ 분석
정치권 “최재형 장고하지 않을 것”
내달 중순 정치 도전 공식선언 관측
윤석열과 차별화, 낮은 지지율 숙제

최재형, 부친에 “믿어달라” … 윤석열 출마선언 하루 전 사퇴
 

윤석열 전 검찰총장(아래 사진)과 최재형 감사원장의 가세로 야권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출마를 선언하고, 최 원장은 오늘(28일) 사의를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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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최 원장은 주말에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을 찾아 "아들이 가는 길을 믿어달라”며 정치 도전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최 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부친도 아들의 결심을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원장은 사퇴 직후 대선 출마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말을 아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고(長考)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음 달 중순께 정치 도전을 공식 선언한 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에 늦지 않게 합류할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야권 후발 주자로 부상하는 최 원장이 좋든 싫든 마주해야 할 산이 윤 전 총장이다. 정치권에선 “향후 경쟁자인 윤 전 총장과 호각 구도를 형성하느냐가 최 원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의 정치 선언(29일) 하루 앞서 사퇴하고 한발 빠른 입당을 고려하는 것을 두곤 ‘주도권 다툼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위 사진)의 가세로 야권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출마를 선언하고, 최 원장은 오늘(28일) 사의를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최근 이동훈 전 대변인 사퇴 및  ‘X파일’ 논란 등으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야권 선두 주자다. 29일 정치 선언을 계기로 지지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최 원장과 친분이 있는 한 야권 인사는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을 직접 공격하진 않겠지만 윤 전 총장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을 강조해 존재감 부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청렴하고 강직한 이미지를 최 원장의 강점으로 꼽는다. 처가를 둘러싼 의혹 등 네거티브 대응에 힘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윤 전 총장과 달리 도덕성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최 원장이 정치 보폭을 더 넓게 가져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전쟁 대한해협해전에 참전한 전쟁 영웅 부친 등 가족사도 최 원장에겐 플러스 요소다.
 
하지만 정치적 독립성을 근간으로 하는 감사원장직 사퇴 후 정치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나 대중적 지지 여부 등은 최 원장에게 따라붙는 물음표다. 여당은 이날 “대통령 출마를 목적으로 감사원장직을 이용하고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면 탄핵 대상”(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이라고 공격했다.
 
최 원장 측은 이런 공세에 “오히려 현 정부에서 타격을 입은 헌법기관의 중립 회복을 위해 정치에 나선다”는 취지로 맞불을 놓는 걸 고려 중이라고 한다. 최 원장의 한 주변 인사는 “원칙대로 진행한 탈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 당시 몰아친 여권의 압력에 최 원장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관건은 최 원장이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냐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대체 불가능한 야권의 ‘구세주’로 인식되던 연초와 달리 최근 당 지지율이 윤 전 총장 지지율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며 “최 원장 입장에선 일단 두 자릿수 지지율에 도달하면 윤 전 총장과 해볼 만한 구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