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에 ‘은퇴 어벤저스’ 뜨자…아마존 진출해 매출 5배

중앙일보

입력 2021.06.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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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스피드랙'을 방문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 전경련

“이게 깨지지 않아야 하는 건데…”

 
24일 경기 김포시에 있는 진열대(앵글 선반) 공장을 찾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소개 받은 완성품을 꾹꾹 눌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허 회장이 찾은 곳은 2015년부터 전경련이 경영자문을 해주고 있는 중소기업 ‘스피드랙’이다. 수납장·행거 등 주요 제품의 온라인 판매 확대를 시도해온 스피드랙은 올해 아마존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아마존 상품 전용 공장을 만든 이 회사는 허 회장을 초청해 준공식을 열었다.
 
소속 직원 102명 규모의 스피드랙 공장과 사무실을 둘러본 허 회장은 제품을 중간중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허 회장은 “(전경련이 힘을 보태) 제2, 제3의 스피드랙을 만드는 것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핵심전략”이라고 강조했다.

17년 경험의 전경련 경영자문단

대기업 은퇴 임원의 재능기부 

전경련은 2004년 대기업 임원 출신 경영자문단을 꾸려 중소기업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출범당시 40명이던 자문단은 현재 200명을 넘었다. 자문 대상 기업 중 스피드랙은 매출이 약 5배 올랐다는 점에서 대표 성공사례로 꼽힌다. 자문 첫해(2015년) 94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36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480억원에 이른다.
 

김포 '스피드랙' 선반 제작 공정 중 일부. 최선욱 기자

 
1979년 설립된 스피드랙은 매출액 60억 원대를 유지하던 기업이었다. 창업주 민병오 회장의 아들인 민효기 대표는 도약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했고, 전경련 자문단에 도움을 청했다. 이에 하이마트·CJ제일제당·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이른바 ‘은퇴 어벤저스’가 제품개발·인사·상품기획·영업·물류 등 각 영역별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 회사가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직원들과 나누고 있는 것도 자문단 의견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좋은 직원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민 회장 호소에 자문단은 “급여 내역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민 회장이 흔쾌히 이를 공개했고 “처음엔 힘들더라도 급여를 높이고 복지는 대기업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자문단 의견을 받아들였다.


자동화 공정 투자에도 전경련 자문단 의견이 반영됐다. 최선욱 기자

“고가 컨설팅보다 효과 커”

본격적인 도약은 홈쇼핑 등 온라인 시장 진출을 하면서다. 산업재로만 여겨질거라 생각해온 제품들이 한 박람회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팔리는 것을 경험한 민 대표는 온라인 시장으로 활로를 찾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 과정에서 겪은 납기 지연, 배송 실수, 작업량 증가에 따른 직원 불만 등의 문제도 자문단과 함께 풀어갔다. 
 
그리고 지난달 ‘홈던트’라는 이름의 ‘5단 선반’(5-tier Metal Shelving Unit) 두 종류가 아마존에 입점했다. 아마존 선반 판매 품목 순위 74위에도 올랐고, 주간 판매액이 약 3만2000~3만700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민 대표는 “아마존 진출 이후 직원들의 관심도와 열정이 올라간 것을 느낀다”며 “비싼 자문료를 내고 사설 컨설팅을 받았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스피드랙을 대상으로 한 전경련의 밀착형 자문 기업은 전체 자문 대상 중 30% 정도라고 한다. 전경련은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기업자문 성공 사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자문 받는 기업이 일정부분 비용 분담을 하는 형식이다. 허창수 회장은 “자문위원들은 기업경영을 해 본 분들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에 가장 필요한 현장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들이 실효성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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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