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한달 앞 도쿄올림픽 선수촌 가 보니
코로나 검사 위한 발열클리닉. 진료실 2개
선수촌 내 음주도 가능…코로나 확산 위험
'부흥올림픽' 내세워 후쿠시마산 식재료 사용
코로나19 대응 위해 '발열 클리닉' 설치
선수촌 내에는 선수들이 내과·정형외과 등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설진료소가 있지만, 발열 클리닉은 이와는 별도의 '코로나19 전용시설'이다.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증세가 있는 선수들이 찾아와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두 개의 진료실, 대기 공간 등이 준비돼 있다.
최대 43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메인 식당의 경우, 정원을 3000명으로 줄이고 혼잡 상황을 보여주는 전광판도 식당 입구에 설치했다. 선수들은 선수촌 전용 앱을 통해 식당과 피트니스센터 등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좌석 앞뒤, 옆으로는 비말 확산을 막기 위해 각각 아크릴판도 설치한다.
술은 방에서 혼자만 마셔라?
선수들은 매일 숙소나 각국 대표단 사무실에서 코로나19 항원 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항원 검사는 PCR 검사보다 진단율이 떨어지는 데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타액을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조직위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항원 검사 과정을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촬영하도록 고, 이를 무작위로 검사하겠다는 보완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대 1만 8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선수촌에서 PCR 검사실이 두 곳 밖에 안되는 것도 불안 요소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외부 의료시설로 이송되지만,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검사소에 사람이 몰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음주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직위는 이날 선수들의 주류 반입을 허가하지만 "자신의 방에서 혼자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대 8명이 한 숙소(8인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숙소 안 단체 음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 식당 등에 입장자를 체크하는 QR코드 등록기 등도 설치되지 않아, 확진자 발생 시 밀접접촉자 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흥 올림픽' 위해 후쿠시마산 식재료 사용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음식도 주최도시인 도쿄도를 비롯해 후쿠시마와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등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만들어진다. 스시와 오코노미야키 등 일본 대표 음식을 포함해 700여개의 메뉴를 제공하며 메뉴마다 원산지를 표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교도통신이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7%가 도쿄올림픽 개최로 코로나19 감염이 재확산될까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사히 신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2%가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 30%는 '재연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선수촌 주변에서도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민 10여명이 모여 "올림픽을 멈춰라", "예산을 코로나 수습에 써라" 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