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예방 대책으로 지난 3월 국회에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당류가 포함된 음료를 제조, 가공, 수입하는 공급자에게 설탕 함량에 비례하여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법안이다. 형식은 부담금이지만, 과세와 다를 것이 없어 설탕세 또는 비만세로 불리는 정책이다. 설탕세 부과로 가당 음료의 가격이 높아져 소비가 줄면 비만 예방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설탕세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비만 예방 사업을 펼칠 재정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이다.
부쩍 늘어난 비만율 적극 대책 필요
3월 설탕세 도입 법안 발의됐지만
비만예방 보다 세 부담 증가 예상
건강관리 인센티브 등 도입해야
또 다른 문제는 낮은 가격탄력성 때문에 설탕세로 인한 가격 인상 부담을 공급자가 아니라 온전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소비가 크게 줄지 않으면 공급자는 세부담 전액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공급자는 영향을 받지 않고, 정부는 세수를 늘리는 결론이 예상된다. 설탕세 지지자들은 여러 국가에서 설탕세 도입 후 가당 음료 소비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설탕세 도입 근거로 내세운다. 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어든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경제학 원리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 감소가 아니라, 그 결과로 비만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소비자의 세부담은 얼마나 증가했는지, 소비자 편익은 감소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를 명확히 밝힌 연구는 없다. 결국 별 효과 없이 국민건강증진기금만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발의된 법률안에는 늘어날 기금을 비만 예방 정책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담고 있지 않다. 2015년 서민증세라는 비판 속에 담뱃세를 대폭 인상했지만, 예상했던 금연효과는 반짝 나타났을 뿐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증액된 세수는 금연 정책에 거의 쓰이지 않았다.
국민의 건강 관련 소비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비가격 정책이 더 효율적이다. 최근 낮아진 흡연율은 담뱃세 인상의 영향보다는 금연을 유도하고 금연 중요성을 알리는 정책의 영향이 더 컸다. 지난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혈압, 혈당 등 건강위험요인이 있는 가입자가 건강생활을 실천하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7월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의 세부 계획에 대해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탕세보다 유익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가격 규제로 국민 편익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생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건강관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을 낭비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건강관리가 부족해서 미래에 발생할 만성질환 치료에 들어갈 비용을 줄이기 위한 효율적 투자로 봐야 한다.
건강관리 인센티브와 같은 비가격 정책은 비만 예방을 위한 효율적인 방안으로 세계 각국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메뉴에 열량 표기를 의무화하는 정책은 미국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멕시코 등에서는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적정량을 표시한 식기를 보급하는 정책을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한 대형 상점에서는 고객을 채소와 과일 코너로 유도하여 건강 제품을 먼저 둘러보게 하는 방안을 도입해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물론 이런 넛지(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정책이 항상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건강행태를 유도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 실험과 캠페인이 뒷받침된다면 비가격 정책의 순효과는 설탕세를 능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세 정책으로 기업의 참여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넛지 방식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