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전문직도 긴장시킨 플랫폼…이번엔 의사와 ‘강남언니’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5 05:00

수정 2021.05.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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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전문직 영역까지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면서 곳곳에서 기존 직역 단체와 충돌하고 있다. 최근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가 전면전을 벌이는 가운데 '강남언니', '바비톡' 등 미용·의료 플랫폼(앱)과 의료계 간 갈등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불법 광고의 온상이 된 미용·의료 플랫폼도 의료광고 사전 심의 대상에 포함시켜 규제해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 주장과 "협회의 심의 기준이 객관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플랫폼 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300만 가입자를 모았다. 지난해 매출은 120억원. 사진 강남언니

무슨 일이야?

미용·의료 플랫폼은 그간 의료광고 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광고를 하려면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자율심의기구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 대상은 신문, 잡지, 옥외 전광판 등과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매체'다. 대표적인 성형 정보 앱 '강남언니'와 '바비톡'의 일간 이용자(DAU)는 약 3만~4만명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국회가 "시대 변화에 맞춰 심의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사단체 지적에 따라 법안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하루 이용자 10만명 이상인 매체'를 '자율심의기구가 지정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한 매체'로 고친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모든 인터넷 매체'로 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3일 ‘변호사 업무 광고규정’을 전부 개정하면서 ‘비변호사 플랫폼에 변호사가 참여하거나 광고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것과 유사한 맥락. 플랫폼이 전문가 영역에 침투하면서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플랫폼은 왜 반발하나

플랫폼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광고 심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심의 기준에 객관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심의에 포함되면 의료법에서 제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우려하는 심의 기준은 '소비자 후기'와 '병원의 시술 가격 기재'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금지할 경우 플랫폼 사업모델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강남언니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의료광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비자 본인이 일정 조건에 맞춰 시술 전후 사진과 후기 등을 올리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의협의 심의기준은 이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 유인 행위라고 시술 가격을 쓰지 못하게 막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소비자는 보톡스 가격조차 모바일에서 비교해보지 못하고 병원에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현 제재도 '광고 플랫폼'에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 과장, 최상급, 비교급 표현을 의료광고에 쓰지 못하게 한 탓에 동의어끼리도 심의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안티에이징', '비수술'은 쓸 수 있지만 '항노화', '수술 없이'는 쓸 수 없다고 분류하는 식이다.
 
자율심의기구 구성원도 불안요인이다. 바비톡 관계자는 "심의기구가 모두 의료인 단체로만 구성돼 있어 현 시행령 개정안이 성형 플랫폼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자율심의기구가 반려한 의료 광고 예시. '팔뚝 노출'이 선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중앙포토]

의협 "모두가 지키는 룰 지키란 것"

반면 의사단체는 "기존 시장의 룰을 지키라"는 입장이다. 정찬우 의협 기획이사(불법 환자 유인 앱 TF 단장 겸 의료광고심의위원회 부위원장)는 "모두가 지키는 광고 기준을 플랫폼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광고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얻게 되면, 그 분야 전문가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사람도 (별점 및 후기 관리 등에) 광고비만 쏟아부으면 전문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시장만은 자본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자율심의기구가 의료인 단체로만 구성돼있단 비판에 대해선 "심의는 심의기구가 맡지만, 심의 기준 자체를 여러 시민단체 및 이해관계자들과 조율 끝에 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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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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