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합병 발표로 케이블TV를 보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는 시청자, 일명 ‘코드 커팅(cord-cutting)’ 시청자를 잡기 위한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신설 회사 대표는 디스커버리 CEO가
AT&T의 워너미디어는 케이블 채널 CNN과 HBO, 시네맥스, TNT, TBS 등과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를 거느리고 있다. AT&T는 2018년 850억 달러(96조원) 규모의 ‘메가딜’을 통해 워너미디어 전신인 타임워너를 품에 안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워너미디어 사업부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영화 전문 채널 HBO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의 전체 가입자는 6390만 명이다. 디스커버리네트워크와푸드네트워크 등을 거느린 디스커버리도 ‘디스커버리플러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반면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는 2억7000만 명,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디즈니플러스 가입자는 1억여 명에 달한다. WSJ은 “케이블 TV를 보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는 시청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AT&T와 디스커버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두 회사가 합병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는 미디어 환경에서 승부처는 다양한 콘텐트의 확보에 달렸다. 넷플릭스와 월트 디즈니와 제대로 겨루기 위해서는 볼만한 콘텐트를 갖춘 업체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디즈니는 2019년 21세기폭스를 710억 달러에 인수하며 ‘콘텐트 왕국’의 입지를 다지며 그해 11월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였고 현재 1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AT&T의 시가총액(2302억 달러)와 디스커버리(166억 달러)를 감안할 때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이 성사되면서 시장 가치로는 디즈니(3153억 달러)의 뒤를 잇는 대형 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넷플릭스(2188억 달러)도 앞지르게 된다.
스트리밍 서비스 반격 가능할까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 작업은 통신과 미디어를 한 지붕 아래 두려던 AT&T 노선의 변화이자 전략의 실패이기도 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브라이언 와이저 월가 애널리스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AT&T는 그들이 무엇을 사는지도 모른 채 인수에만 나서 왔다”며 “(이번 합병으로) 워너미디어의 군살을 빼고 자본을 HBO 맥스에 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존 스탠키 AT&T CEO가 실적이 저조한 자산을 매각하고 감원 등을 통해 수십억 달러가 필요한 5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하는 한편 HBO 맥스 스트리밍 강화를 위한 영화와 TV 제작을 강화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