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이번엔 흑대마가 사냥감
중앙일보
입력 2021.05.17 00:03
〈8강전〉 ○·신진서 9단 ●·스웨 9단
장면 ⑨=백1로 수를 늘렸으나 흑2가 놓이자 ‘백 한 수 부족’이란 판정이 내려졌다. 사망선고다. TV나 노트북으로 관전하던 프로들은 이 믿기지 않는 사실에 고개를 떨구었다. 백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3으로 뻗어 흑의 엷음을 노리는 것. TV 해설자들도 ‘절망’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다. 그래도 바둑팬들은 신진서니까 뭔가 기적을 만들 것이란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흑4 연결할 때 5로 붙인 것은 하변 쪽 흑 대마를 노리는 수. 스웨는 6으로 강하게 젖혔고 백은 날카롭게 7로 끊어 응수를 묻는다.
◆참고도=박영훈 9단은 흑1~7까지의 수순을 가장 쉽고 효과적인 응수로 꼽는다. AI 사전에 이런 흑대마는 죽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바둑에선 아차 하면 죽는다. 시간도 없으므로 스웨는 조심 또 조심해야 마땅했다.
◆실전진행=스웨는 흑1,3을 선택했는데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 선수는 잡았으나 백4,6으로 틀어막힌 것이 너무 철벽이어서 흑대마가 진짜 위험해졌다. 격정적인 바둑이다. 백대마가 죽더니 이번엔 순식간에 흑대마가 사냥감이 됐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