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특별연설에서 ‘경제’를 48차례에 걸쳐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어 ‘국민(29회)’, ‘코로나(26회)’, ‘위기(22회)’, ‘회복(21회)’ 순이었다. 문 대통령이 통상 연설에서 가장 자주 말하는 ‘국민’보다 ‘경제’를 19번 더 언급한 건 남은 임기 1년간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 특별연설]
남은 1년도 그간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 확장 재정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고, 방역 안정에 맞춰 과감한 소비 진작책과 내수 부양책을 준비하겠다”며 “선제적인 기업투자의 지원과 함께 수출 역대 최대 실적을 목표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고용에 긍정적 변화"
그러나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가 취업자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산업별로 보면 공공일자리 비중이 큰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7.6%,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은 9% 취업자가 증가했다. 반면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도·소매업은 4.8%, 숙박 및 음식점업은 1.3% 취업자가 줄었다. 특히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추인 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441만명으로, 3월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최소다. 2018년 4월부터 21개월 동안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1월 반등했지만, 다시 3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같은 통계에서 근속 기간이 짧은 임시ㆍ일용직 일자리가 늘고, 경제 허리인 30ㆍ40대 취업자가 줄어드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졌는데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부분에만 주목했다”며 “3월에 13개월 만에 반등을 이루긴 했지만 지난해 ‘기저효과’가 큰 만큼 고용 상황이 호전했다고 말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후한 경제 평가에 따른 당연한 귀결일까. 문 대통령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기존 3% 중후반에서 4%대로 올려잡았다. 그는 “더 빠르고 강한 경제 반등을 이루겠다”며 “올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당초 설정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3.2%)나 최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3% 중후반대보다도 상향했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라면 이명박 정부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기록한 2010년 경제성장률(6.8%) 이후 가장 강한 반등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만ㆍ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경쟁국이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고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2배 큰 미국은 1분기 한국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냈다”며 “‘경제 회복’이란 수식어를 붙이려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서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 변화 예고
문 대통령은 이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자는 것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데 오히려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든지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언급한 만큼 정부ㆍ여당을 중심으로 대출규제 완화, 재산세 감면 등 정책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대출규제와 관련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검토 중이다. LTVㆍDTI를 10%포인트 추가로 더 높이고, 소득ㆍ주택가격 요건을 낮추는 방안 등이다. 재산세와 관련해선 1가구 1주택자의 감면 확대 범위를 기존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소득 없는 1주택 고령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버린 상황을 인정하고 집값 폭등을 견인한 25번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이제라도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나 결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