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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긍정 24쪽 vs 부정 1쪽…文정부 4년 민망한 셀프칭찬

중앙일보

입력

‘긍정 24쪽 vs. 부정 1쪽’.

정부 스스로 평가한 우리 경제 성적표가 이 정도 분량으로 나뉘었다면 ‘자화자찬’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발간한 ‘문재인 정부 4주년 그간의 경제정책 추진성과 및 과제’ 보고서 얘기다. ‘위기를 기회로, 글로벌 Top10 경제로 확실히 도약’이란 부제를 단 25쪽 짜리 보고서는 성과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정부가 7일 발간한 '문재인 정부 4주년 그간의 경제정책 추진성과 및 과제' 보고서 일부. 기획재정부

정부가 7일 발간한 '문재인 정부 4주년 그간의 경제정책 추진성과 및 과제' 보고서 일부. 기획재정부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위기 충격 최소화, 빠른 경제 회복(근거: 글로벌 경제 규모 12위→10위)’, ‘수출 강국 위상 확고히 구축(근거: 수출 6개월 연속 증가, 올해 1~4월 수출 역대 최고)’, ‘제2 벤처 붐 확산(근거: 유니콘 기업, 벤처 투자 확대)’, ‘규제 혁신(근거: 규제 특구 24곳 지정)’, ‘가계 소득 증가’, ‘삶의 질 제고(근거: 건강보험 강화, 공공임대 확대)’ 등 10대 성과를 나열했다.

하지만 일부 유리한 통계만 취사선택한 결과다. 선진국 중 가장 빨리 경제가 회복했다지만 코로나19 직전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경제성장률(3%대)이라 중국(8%대), 미국(7%)은 물론 영국(5.3%), 독일(3.5%)과 비교해 멋쩍은 수치다. 수출은 반도체ㆍ자동차 등 일부 호황을 맞은 업종에 기댄 성과다. 가계 소득은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했다. 규제 혁신은 상징적인 ‘타다’ 서비스조차 실패하는 등 현장 체감도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보고서가 빠뜨린 건 ‘반성’이었다. 집값 폭등을 불러온 부동산 정책 실패, 악화한 청년 고용률, 글로벌 최하위권에 머무는 백신 접종률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보고서는 불리한 부분에 대해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위기가 전개하며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개선 흐름을 지속하던 일자리ㆍ분배 등 측면에서 성과를 제약했다”며 코로나19를 탓하고 넘어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가계 살림이 나아졌다”는 정부 해석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우는 22% 수준이었다. 경제 정책은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성과가 빛나려면 반성을 전제해야 한다. 자화자찬 일색인 보고서에서 역설적으로 경제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두려웠을 임기말 정부의 조바심이 묻어났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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