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이 극심한 가운데, 국산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가 처음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자동차용 MCU는 국내에서 전체 물량 가운데 97~98%를 수입에 의존하는 반도체다.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모비스 역시 국산 MCU 탑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산 첫 자동차 MCU 등장
자동차용 MCU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작동하는 낮은 수준의 반도체지만, 올 들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등 전 세계적으로도 10곳 미만의 기업이 과점 형태로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변속기 등 주요 부품에 들어가는 MCU는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높은 신뢰성이 필요하다. 영하 40도 환경과 같은 까다로운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시장 공급 가격은 대체로 5만원 이하에 그치기 때문에 과점 현상이 생겼다.
삼성전자는 진입 장벽이 높은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기보단 중소 팹리스를 통한 우회 지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자동차용 MCU를 출시한 텔레칩스의 경우, 2011년부터 현대자동차 계열에 자동차 내비게이션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납품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GV80·GV70에 10나노대 고성능 내비게이션용 AP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진과 변속기·브레이크 등 주행에 필수적인 부품을 제어하는 반도체는 아니지만, NXP·인피니언 등 외국 기업 위주였던 현대차그룹의 반도체 공급망에 국내 기업 제품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사용 검토 중”
최근 현대차와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가는 양상이다. 국내 팹리스를 매개로 한 MCU뿐 아니라 향후에는 두 회사가 공동개발한 10나노대 자동차용 AP가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브레이크·변속기 등 개별 부품에 필요한 MCU 여러개를 ‘통합 칩’ 형태로 대체하는 개념이다.
현대차-삼성 공동개발 ‘통합 칩’ 출시 가능성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