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은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출 지도를 새롭게 그렸다. 의료용품과 유리·도자 제품은 수출액과 수출 기업 수가 모두 증가했지만 휴대전화·화장품의 수출 기업은 크게 줄었다. 무역협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이후 업종별 수출기업 수 변화 분석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5.5% 감소했고, 연간 100만 달러 이상 수출하던 기업은 비슷한 수준의 수출을 유지했다. 4일 코로나19가 새롭게 그린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출 지도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코로나가 바꾼 수출기업 지도
소규모 수출기업 32% 수출 단절
대기업 409곳 수출액 74.5% 차지
차·부품사 81% 부진, 양극화 극심
①대마불사(大馬不死)
수출 호조와 부진은 수출 규모에 따라 갈렸다. 2019년 기준으로 연간 수출액이 100만 달러를 초과한 중·대규모 수출기업은 95% 이상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수출을 유지했다. 반면 100만 달러 이하 소규모 수출기업은 전체의 32.5%가 지난해 수출 단절을 경험했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100만 달러 이하 소규모 수출기업은 일회성 소액 샘플만을 취급하는 연간 수출액 1만 달러 이하의 수출 초보 기업을 포함하고 있어 수출단절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②의료용품↑, 석유・기계↓
수출 품목별 편차도 컸다. 석유제품과 항공기 및 부품은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39.7%, 34.8% 감소해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주요 수출 품목 중 수출기업 수가 가장 많은 기계류(전체 12.4%)는 코로나19 이후 수출 확대기업 수와 신규 수출기업 수가 각각 11.3%, 22.8% 감소해 부진을 겪었다. 기계류 수출액은 지난해 669억 달러(75조원)로 전년보다 5%가 줄었다.
③판데믹에 가장 약한 고리는 자동차·섬유·신발
자동차·자동차부품은 기업 10곳 중 8.1곳이 지난해 수출 부진이나 수출 단절을 겪어 20개 조사 대상 품목 중 수출 부진기업 수 발생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섬유·의복·가죽제품(0.8), 신발·모자류(0.78), 가전(0.77), 귀금속(0.73) 순으로 지난해 수출 부진을 겪었다. 반면 반도체와 농수산물은 지난해 수출 부진기업 비중이 각각 0.49와 0.55로 평균보다 낮았다.
20개 품목군 중 평균 수출감소 폭이 가장 큰 품목군은 휴대폰·무선통신기기 부품(-49%)으로 조사됐다. 이어 신발(-44.5%), 귀금속(-44.0%), 화장품(-42.4%), 자동차·부품 (-41.5%), 섬유류(-40.0%)도 전년 대비 수출감소 폭이 컸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수출 주도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며 “약한 고리를 이어줄 수 있는 수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