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접종 때 너무 고생했는데 희귀혈전 사례를 접하니까 2차 접종을 하고 싶지 않다. 화이자가 많이 들어온다는데 이대로 버티다가 화이자나 다른 백신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오는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앞둔 간호사 강모(35)씨가 한 말이다.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강씨는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접종 뒤 이틀 동안 39도가 넘는 고열과 근육통에 시달린 강씨는 최근 AZ 백신과 희귀혈전의 부작용의 인과성이 인정됐다는 결과를 듣고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20대는 접종을 제한했는데 몇살 차이가 안 나니까 불안하다. (희귀 혈전 발생) 확률이 낮다고 해도 그게 내가 될지 어떻게 아냐”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41)씨도 마찬가지였다. 5월 AZ 접종 대상자인 이씨는 “AZ 백신과 관련된 논란이 많아서 동료들과도 서로 찝찝하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어린이집에서 백신을 안 맞은 교사를 해고했다고 해서 보육 교사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할 수 없이 접종에 동의하긴 했는데 그냥 맞지 말아야 할까 싶다”고 토로했다.
2분기 접종 앞두고 AZ 기피 움직임
실제 27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분기 접종대상별 예방접종 현황’에 따르면 소방ㆍ경찰 등 사회필수인력의 접종 예약률은 65%다. 보건의료인의 경우 31만명 중 56%가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방역당국은 접종이 이어지면서 예약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1분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65세 미만 대상자의 90% 이상이 접종에 동의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치다.
심리적 영향으로 접종 후 과호흡…백신 선택권?
이에 일각에선 개인에게 백신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브리핑에 나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종류가 다양해지는 3분기에도 선택권을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 청장은 “백신 종류와 접종기관, 그리고 그 특성에 맞는 가장 적절한 대상자를 매칭해서 안내하겠다”며 “백신이 다양해진다는 의미이지, 선택권을 드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이번 화이자 백신 추가 계약에 성공하면서 AZ 백신을 대체할 물량이 생겼다. 젊은 층에게는 AZ 대신 다른 백신을 맞추는 등 접종 계획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분기 접종대상자의 경우 사회필수인력이라 접종을 유도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나라별로 희귀혈전 발생률이 다 다르다. 유럽이 높게 나온 것에 비해 한국에선 200만 회분 가까이 접종했는데 아직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해 수용성을 높이도록 노력한 다음 정 안되면 3분기 수용성이 높은 다른 백신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