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이런 탄식을 내뱉고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로마 집권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마르쿠스 브루투스에게 속아 죽임을 당하며 말한 대사 “브루투스 너마저(Ettu, Brute?)”에서 따온 것이다. 한 마디로 ‘머스크는 배신자’란 의미다.
머스크와 테슬라가 ‘먹튀(먹고 튄다)’ 취급을 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테슬라가 올해 1분기에 비트코인을 대거 팔아치운 사실이 공개되면서 나오는 반응이다.
테슬라 “비트코인, 회사 수익에 긍정 효과”
투자자 "머스크는 부루투스" '배신자 취급'
美 CNBC “차보다 비트코인으로 더 벌어”
테슬라 시간외 주가는 3% 가까이 하락
"탄소 규제 크레딧과 비트코인 빼면 부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자신들이 제대로 봤다는 평가까지 덧붙였다. 재커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비트코인 투자는 좋은 결정임이 입증됐다”며 “일상 영업에서 쓰지 않는 현금 일부를 묻어두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비트코인 시장의 유동성에 만족한다” 며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1분기에 테슬라가 2억7200만 달러의 비트코인을 팔아치웠다는 건 투자자에게는 배신 그 자체다. 팔아치운 비트코인 금액이 투자 규모의 18%나 되기 때문이다. 마치 작전 세력처럼 비트코인 가격을 띄운 뒤 팔아치워 수익을 챙겼다는 비난이 이는 지점이다.
CNBC는 “1분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자 테슬라가 (1억100만 달러의) 이익을 챙기려 비트코인 일부를 재빨리 판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기가 수익 증대를 도왔다”고 지적했다.
머스크와 테슬라의 '먹튀' 행보에 투자자의 배신감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융정보업체 더스트리트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팔았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일론 머스크 CEO를 비판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아카이브’라는 이름의 투자자는 한 암호화폐 온라인 커뮤니티에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에 머스크를 빗대며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보다 비트코인 거래로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비판했다.
머스크 "내가 가진 비트코인은 안 팔았다"
이에 머스크는 포트노이 트위터에 “여전히 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하나도 팔지 않았다”며 “테슬라는 비트코인의 현금 유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보유 지분의 10% 정도를 매각한 것일 뿐”이라고 답을 달았다.
정작 머스크의 테슬라는 본업인 전기차 분야에서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재무제표와 함께 발표된 1분기 실적에서 테슬라는 매출 103억 달러, 순이익 4억3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역대급 결과를 내놨다. 순이익 4억 3800만 달러는 분기 순이익으로 가장 많은 기록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테슬라는 1분기 규제 크레딧 판매로 5억1800만 달러를 벌었다. 규제 크레딧은 환경 오염을 낮추는 데 기여한 기업에 정부가 제공하는 일종의 포인트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이를 다른 회사에 판매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에서 얻은 시세차익이 없었다면 역대급 실적은 기록하지 못했다.
정작 전기차 분야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출고 증가율 전망치가 연간 50%로 이전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출고 증가율이 평균치인 50% 수준에 머문다면 올해 테슬라의 목표치인 90만대 출고가 쉽지 않다. 테슬라는 지난해 한 해 50만 대, 올해 1분기엔 18만4800대를 출고했다.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토종업체의 선전으로 시장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 유럽시장은 이미 지난해 폴크스바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미국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