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낯설어할 영미권 관객들을 향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라고 밝힌 그는 “유럽인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오늘 밤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에서 자라면서 TV로만 보던 오스카 시상식에 온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제 정신을 좀 가다듬어야겠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농담에 객석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나리’를 함께 한 동료들에 대한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그는 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김, 노엘 조 등 배우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우리는 한 가족이 됐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선장이자 감독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아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자꾸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하는 두 아들”을 언급하며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영화 데뷔작 ‘화녀’를 함께 한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 첫 영화를 함께 만든 분”이라며 “살아계셨다면 저의 수상을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말한 게 맞나요”라는 말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1980년대 미국에서 거주한 윤여정은 여러 시상식에서 유창한 영어로 직접 소감을 밝혔지만 “맞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귀여운 한국 할머니’ 이미지를 얻게 됐다. 덕분에 그가 무대를 떠나는 순간까지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