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자전거 탈 땐 허리 30도 굽히고, 덤벨 들 땐 반동 없이

중앙일보

입력 2021.04.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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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되는 운동법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는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선택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운동할 때 자신의 목표치를 채우는 데만 집중해 자칫 운동을 무리해서 하기 쉽다. 또는 잘못된 자세로 운동한다. 이 같은 운동 습관이 장기화하면 되레 예기치 못한 질환이 찾아올 수 있다. 약으로 쓰려던 운동이 독이 되는 셈이다. 한국인이 많이 즐기는 운동 중 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운동법을 알아본다.
 

사이클링

 
자전거 안장 높으면 목·허리 디스크

"사이클링 30분마다 쉬는 게 좋아
코어 운동 땐 거울 보며 자세 교정
걸을 땐 시선 10~15m 앞에 두고"

사이클링은 체중을 분산할 수 있어 과체중·비만이거나 무릎관절염이 있어도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운동이다. 하지만 사이클링을 할 때 자세가 올바르지 못하면 허리·엉덩이·허벅지 등에 미세 손상이 반복된다.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이진규 교수는 “자전거의 안장이 핸들보다 높으면 허리를 많이 숙여야 하는데, 이를 지속하면 목·어깨·허리에 통증이 발생하고 심하면 목·허리 디스크(경추·허리뼈 추간판탈출증)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장이 너무 낮아도 무릎에 부담을 준다. 페달을 굴릴 때 다리를 가장 많이 구부린 각도가 45도 미만이면 무릎 앞쪽에 체중이 많이 실리는데, 이를 지속하면 무릎 내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될 수 있다.
 
자전거를 선택할 땐 핸들과 안장 사이의 거리가 ‘팔꿈치를 가볍게 구부렸을 때 잡힐 정도’면 적합하다. 안장의 높이는 페달의 최저점에 발을 놓았을 때 무릎 뒤쪽이 155~160도로 펴진 상태가 적당하다. 페달을 굴릴 땐 양쪽 다리의 힘을 균등하게 가한다. 핸들의 높이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상태에서 30도가량 구부리는 정도가 적당하며 주행 시 속도를 낼 땐 허리를 최대 45도까지만 구부리도록 한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서경묵 교수는 “사이클링은 허리를 구부려 등·허리·허벅지 근육이 계속 긴장 상태에 있다”며 “근육 파열을 막고 근육의 빠른 회복을 도우려면 30분마다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코어 운동

 
축 벗어나면 회전근개·연골판 파열


신체의 중심부인 척추·골반·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코어 운동이다. 플랭크·스쿼트·윗몸일으키기 등이 코어 운동에 해당한다. 코어 운동 시 동작별 자세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근골격계가 망가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플랭크를 할 때 어깨 축이 팔꿈치보다 앞서면 코어 근육에 가야 할 힘의 일부가 어깨로 분산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이호원 교수는 “잘못된 플랭크 동작을 지속해 어깨 안쪽 근육의 회전근개가 계속 손상되면 회전근개 파열, 석회화 건염이 발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어 운동을 할 땐 거울을 통해 자신의 동작을 실시간 확인한다. 플랭크의 경우 팔꿈치에서 어깨까지의 축이 지면과 수직을 이루는지 확인한다. 초보자는 무릎을 바닥에 댄 채 복부 근육에 가해지는 체중 부하를 줄여보자. 스쿼트는 허벅지·엉덩이의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법이다.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오는 자세를 지속하면 무릎관절에 체중이 많이 실려 무릎 내 반월상 연골판 파열을 유발할 수 있다. 차렷 자세에서 엉덩이만 뒤로 빼고, 발에서는 발뒤꿈치에만 힘이 들어가게 무게 중심축을 맞춘다. 윗몸일으키기는 ‘복근’ 단련이 목적이다. 뒷목을 받친 손의 힘을 이용해 상체를 일으키는 건 금물이다. 손으로 상체를 끌어올리면 목 디스크가 탈출하거나(경추 추간판탈출증) 목 근육이 땅겨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배의 힘으로 상체를 일으켜야 한다.
 

덤벨 운동

 
반동 주면 어깨 관절염, 허리 디스크
 
팔·가슴 등 상체의 근육을 강화할 때 사용하는 기구가 덤벨이다. 너무 무거운 덤벨을 들려 하다가 목표 횟수를 채우기 위해 힘이 달리는 데도 반동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덤벨을 드는 사람이 많다. 덤벨을 들 때 반동을 주는 동작을 장기간 지속했다간 덤벨의 무게가 어깨·척추에 고스란히 전달돼 ‘견봉 쇄골 관절염’ 같은 어깨 퇴행성 질환과 허리 디스크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호원 교수는 “흔히 세트당 횟수를 12~15회로 설정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게 목표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며 “10회 미만이더라도 반동 없이 덤벨을 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덤벨 운동은 근육 피로가 올 때까지 실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덤벨의 적정 중량은 자신이 가장 힘껏 들 수 있는 무게를 100%로 기준 삼아 25%에서 시작해 점차 늘렸다가 다시 무게를 줄이며 마무리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가령 한 손으로 최대 20㎏을 들 수 있다면 5㎏짜리 덤벨을 선택하고, 반동을 주지 않고 한 번에 이 덤벨을 들 수 있는 횟수가 8회라면 8회를 한 세트로 기준 삼는다. 서 교수는 “5㎏짜리에 적응했다면 무게를 조금씩 늘렸다가 다시 무게를 줄이면서 5㎏짜리 덤벨로 마무리하는 게 근육 생성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덤벨을 포함한 무산소 운동은 한 번에 20~30분씩 주 2~3회가 권장된다.
 

걷기 운동  

발바닥 전체 디디면 거위 발 건염
 
걷기 운동을 많이 하는데 무릎이 아프다면 자세를 점검해야 한다. 전신의 근육이 부족하거나 발을 다친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 발바닥 전체를 한번에 도장 찍듯 디디는 경우가 많다.  
 
발바닥 전체로 땅을 디디면 그 충격이 발·무릎·골반·허리까지 전달된다. 또 다음 발걸음을 위해 발바닥을 뒤로 밀면서 무릎 뒤 통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거위 발 건염’을 유발할 수 있다. 거위 발 건염은 허벅지 뒤 근육을 과다 사용하면서 무릎 뒤쪽 힘줄이 위치한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무릎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걸을 때 시선을 10~15m 앞에 두고 상체는 곧게 세워 어깨와 가슴·허리를 꼿꼿이 편다. 팔은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되 팔꿈치는 ‘L’자 또는 ‘V’자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구부린다. 손은 달걀을 잡은 듯 가볍게 주먹을 쥔다. 엉덩이는 심하게 흔들지 않는다. 다리는 ‘11’자로 걷되 무릎 사이가 스치듯 교차한다. 발은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체중을 실으며 딛는다. 이때 무릎을 곧게 편다. 자세 교정이 힘들다면 수중에서 부력을 이용해 교정하는 방법이 도움된다.
TIP 질환별 피해야 할 운동
환자에게 운동은 질환에서 빨리 벗어나게 해주는 약과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운동이어도 질환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주요 질환별 피해야 하는 운동과 그 이유를 들여다본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도움말=서희선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