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최근 미국 물가여건 점검 및 전망’ 보고서에 이같은 분석이 실렸다.
“美 인플레 불확실성 올해 증가”
미국 내 백신 보급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경제활동이 살아나는 점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그동안 억눌린 소비가 분출하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소비 여력도 커진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조9000억 달러(약 21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서명한 데 이어 3조 달러(약 3386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으로 제조원가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점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발생 확률이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이전 수준으로 거의 복귀한데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수준은 올해 들어 높아진 상황”이라며 “역사적으로 위기 종료 직후 보상소비는 큰 폭의 물가상승을 유발했고, 올해도 숙박·여가 등 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상당 폭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면접촉 경제활동 제약”…장기 인플레 제한적
지난달 31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프라 투자안의 재원 마련 방법은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자 증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법인세를 15년간 2조3000억 달러 인상하는 것이다. 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증세가 이뤄질 경우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기 부양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보고서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저축이 큰 폭 증가한 데다 증세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정지출의 승수효과(정부의 재정지출보다 소비자의 수요가 더 많아지는 현상)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비스 소비 정상화가 지연되는 것도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숙박과 항공 등 대면접촉 경제활동이 제약되고 있는 데다 서비스 가격 내 비중이 가장 큰 임대료도 오름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서비스 가격의 상승압력은 여전히 미약하다”고 밝혔다. 유휴인력 해소도 쉽지 않은 만큼 임금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작을 것으로 평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오름세에 따라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면 국제 유가가 회복되고,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인한 현지 반도체 공장 생산 차질이 해소될 경우 반도체 가격도 안정된다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인플레 둘러싼 미국 내 갑론을박…“상황 예의주시”
보고서는 “시장참가자의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매우 넓게 분포돼 있다는 점은 향후 물가 향방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다수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서비스부문 회복상황,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변화 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