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이날 AZ 백신과 혈전 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단을 지켜본 뒤 접종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EMA는 “AZ 백신과 혈전 질환의 연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내에서도 AZ 백신 접종 뒤 혈전증 진단받은 사례가 이날 1건 추가로 확인돼 총 3건이 됐다. 여기에 EMA 발표가 나오면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EMA 의약품위험성평가위원회(PRAC)는 지난 6일부터 영국과 유럽연합(EU) 국가 2500만 명 접종 결과 지난달 22일까지 보고된 뇌정맥동혈전증(CVST) 62건과 심부정맥혈전증 24건을 심층 조사했다. EMA는 그 결과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 혈전을 AZ 코로나19 백신의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 사례로 등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EMA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고된 접종 뒤 혈전증 사례 대부분은 AZ 접종 2주 이내에 60세 미만의 여성에서 발생했다. 백신 접종자에게서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혈전증이 발견되는 경우 바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혈전증을 의심해 봐야 하는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가슴 통증 ▶다리 부종 ▶지속적인 복부 통증 ▶지속적이고 심한 두통, 시력 저하 등 신경학적 증상 ▶주사 부위 외 피부 발진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EMA는 “AZ 백신은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EU에서 승인된 4개의 백신 중 하나”라며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고, 코로나19로 인한 입원과 사망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강조했다.
EMA는 앞서 지난달 AZ 백신이 혈전 증가와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와 CVST 등과 관련해서는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의 사례’로 발표했다. DIC·CVST는 혈전 생성과 혈소판 감소가 동반되는 질환으로, 접종 뒤 2주 이내 55세 미만의 여성에서 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EMA 발표에 앞서 AZ 접종을 잠정 보류한 건 이날 국내에서 세 번째 혈전증 사례가 보고된 영향이 크다. 이날 질병청은 AZ 백신 접종을 한 국내 20대 여성 환자의 다리와 폐에서 혈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박영준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의 주시하는 뇌 부분에선 혈전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지난달 17일 AZ 백신을 맞았으며 12일 뒤엔 같은 달 29일 증상이 발생했다. 추진단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AZ 백신 접종 뒤 혈전증이 확인된 첫 사례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60대 여성으로 지난 2월 접종 8일 만에 사망해 부검 과정에서 혈전이 발견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이 여성의 사인이 백신이 아닌 흡인성 폐렴과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크다며 백신과는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 뒤 지난달 코로나19 1차 대응 요원 신분으로 AZ 백신을 접종한 20대 119 요원이 심한 두통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CVST 진단을 받고 치료 뒤 퇴원했다.
마상혁 한국백신학회 부회장은 “불안감이 큰 만큼 잠시 접종을 중단하고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백신 안전성을 확인하고 접종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도 AZ 백신 접종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AZ 백신이 문제가 있어 접종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에서 젊은 층에 혈전증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이어지니까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잠정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올 2분기에 백신을 접종받을 인원은 1150만3400명으로 이 중 770만5400명이 AZ 백신을 맞을 예정이었다.
한편 AZ 백신 종주국인 영국은 30세 미만에는 AZ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이날 혈전 발생 우려를 이유로 18∼29세는 가능하다면 다른 백신을 접종하라는 권고를 내놨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이우림ㆍ황수연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