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중대 결심을 배제할 수 없단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 (2일, 진성준 박영선 캠프 전략기획본부장)
“진성준 의원과 의원단이 결정할 일이다.” (4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한 민주당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 공세에 4일 작은 균열이 드러났다. 이날도 박 후보는 오 후보를 “거짓말 후보”라고 몰아붙였으나, 진 본부장이 언급한 ‘중대 결심’의 구체적인 내용은 사흘째 밝히지 않았다.
박 후보는 외려 “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중대 결심’ 발언과 거리를 뒀다. 다만 “오 후보가 생태탕 주인·아들의 증언, 처남 사진이 나온 이후 관련한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진 본부장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멈칫거리는 사이, 국민의힘은 “‘생태탕집 주인’ 황모씨의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역공을 펼쳤다. 근거는 황 씨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한 음성녹취였다. 네거티브 공세가 진실 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날 민주당 내부에서는 “선거에 인물을 내세워야 했는데 당 주도 정치공세만 남아 아쉽다”(수도권 중진)는 비판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라진 ‘인물론’
당내에선 “후보의 장점을 당이 100%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박영선이 크게 뒤지게 된 데 후보 본인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며 “당 주도 전략에 박 후보가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부터 의원들까지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총공세를 집중하는 사이, 정작 박영선이란 인물을 부각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중진 의원은 “여당이라면 인물과 공약을 선거 전면에 내세워 비전을 제시해야 했는데, 되레 우리가 네거티브 선거를 주도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 최고위원은 “박 후보가 장관직을 던지고 나올 때만 해도 판세가 이렇게 나쁘지 않았다”면서 “후보 본인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朴·金 장점 사라져
인물론에서 소외되기는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4일 한 여권 인사는 “김영춘은 PK(부산·경남) 지역 내 중도 확장성을 가장 탄탄하게 확보한 민주당 자원”이라면서 “선거가 심판론으로 가다 보니 김영춘이란 인물의 강점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냈다. 김 후보는 지난달 27일 “저는 패전처리 투수가 아니다”라면서 “부산은 어차피 안 될 거라는 낙담을 그만두자”는 글을 페이스북에 직접 썼다.
정권 심판론 ‘바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선거 초반만 해도 민주당 입장에선 ‘믿는 구석’이었다. 진성준 위원장은 지난 24일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과반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 정치 지형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4·7 재·보선 승리를 전망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뒤바뀌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7%(3월 16~18일)→34%(3월 23·25일)→ 32%(3월 30일~4월 1일)로 매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