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학교의 코로나 19 대처법
방학 같았던 휴교 1주차
미국 학교에서는 코로나 19 이전에도 디지털 리소스를 커리큘럼에 포함해 잘 활용하고 있었다. 파닉스는 '레터 랜드', 수학은 '드림박스' 혹은 '프로디지', 어린이용 디지털 도서관 에픽(Epic!) 처럼 원래 학교 계정으로 사용하던 것을 휴교 기간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닌가. 교육 과정에 맞게 필요한 내용을 큐레이션 하는 건 비전문가인 부모가 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인상적인 건 '학생에 대한 정서적 지원'에 대한 카테고리다. 학교와 교육청은 "아이들에게 코로나 19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되 관련 주제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과도한 공포를 갖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재난이 시작되자마자 정서와 심리적 건강을 챙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간 학습 플랜이 올라온 휴교 2주차
슬라이드 하나에는 1주일 동안 공부할 내용이 모두 담겨 있었다. 매일 접속하기 어려운 환경인 친구들을 배려한 것이다. 다만 학부모 입장에선 아쉬운 지점이었다.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기 힘든 초등학생에게는 매일 할 일을 나눠주는 게 조금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저학년 학생에겐 그조차 없었다. 학교에선 "교육청이 배포한 러닝 리소스 중 자녀에게 맞는 걸 골라서 시키세요. 공부하라고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 마세요"라고 부모에게 당부했다.
2주차 마지막 금요일, 고학년은 구글 미트로 같은 반 친구들과 화상 미팅을 했다. 교과 과정 진도를 나가지는 않았으나 구글 미트 다루는 법을 익히고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교류하는 정도의 접촉이었다.
온라인 개학 준비 시작
휴교 보름째,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원격 학습을 위한 예산을 승인했다. 웨이크 카운티는 교사들에게 집에서 원격 수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트북 1900대를 배포했다. 한편 학부모 대상으로는 가정 학습 환경 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인터넷이 되는지, 크롬북 같은 디지털 기기가 있는지, 교육청 기기 대여를 희망하는지, 기기가 있다면 아동이 단독으로 사용하는지 형제나 가족과 공유하는지, 그 밖에 종이나 가위 같은 학습 도구가 있는지 등을 물었다. 구글 설문지를 활용했기 때문에 응답은 즉각 수집/집계됐다.
코로나 19 휴교 때문에 달라진 학사 일정이 배포됐다. 교육청은 이를 확정하기에 앞서 교육위원회를 열고, 누구나 볼 수 있게 유튜브 라이브로 중계했다. 교육 일정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도 구글 설문지로 받았다.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학교의 이동
당시 미국에서는 학교나 교육청의 대응이 빠른 편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내가 겪은 미국의 지역사회와 학교는 상대적으로 놀라운 속도와 체계로 대응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다음 편에서는 원격 교육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겠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