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듀] 미국 공립학교 온라인 수업 체험기 1

중앙일보

입력 2021.04.01 14:14

수정 2021.04.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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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분야는 아이들의 교육이다. 교육부는 "학교 일상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 수업은 등교 수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필자는 지난 한 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 카운티 지역에 연수를 다녀왔다. 코로나 초기, 미국 정부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원격 수업으로 이양하는 과정에선 배울 점이 많았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자녀(2020년 상반기 당시 초등 1, 5학년) 옆에서 목격한 미국 온라인 수업 체험기를 연재한다.
 

미국 공립학교의 코로나 19 대처법

2020년 3월 15일 갑작스럽게 휴교가 시작됐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휴교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코로나 19는 어린 연령층에겐 치명적이지 않다"며 부모들에게 안심하라는 e메일을 보냈던 터다. 그러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휴교가 시작된 것이다. 휴교 직후 웨이크 카운티 교육청의 학습 지원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았다. 참고로 휴교 기간 학교에서는 모든 공문이나 공지사항을 e메일로 전달했다. 
 

방학 같았던 휴교 1주차

웨이크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도서관 빅 유니버스 홈페이지 캡처

휴교는 갑작스러웠다. 대신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도 늘었다. 첫 주는 그냥 방학처럼 흘러갔다. 미국의 통신사 스펙트럼이 휴교 기간 인터넷이 없는 가정에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장비도 무료로 대여한다는 공지가 나왔다. 다만 기존에 인터넷이 없는 가정 대상이다. 휴교 첫 주말, 교육청에서 각종 온라인 학습 소스를 모아놓은 사이트 링크를 학부모에게 배포했다. '빅 유니버스', '디스커버리 에듀케이션' 같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 모음이다. 
 
미국 학교에서는 코로나 19 이전에도 디지털 리소스를 커리큘럼에 포함해 잘 활용하고 있었다. 파닉스는 '레터 랜드', 수학은 '드림박스' 혹은 '프로디지', 어린이용 디지털 도서관 에픽(Epic!) 처럼 원래 학교 계정으로 사용하던 것을 휴교 기간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닌가. 교육 과정에 맞게 필요한 내용을 큐레이션 하는 건 비전문가인 부모가 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인상적인 건 '학생에 대한 정서적 지원'에 대한 카테고리다. 학교와 교육청은 "아이들에게 코로나 19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되 관련 주제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과도한 공포를 갖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재난이 시작되자마자 정서와 심리적 건강을 챙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간 학습 플랜이 올라온 휴교 2주차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웨이크 카운티의 원격 수업 자료 사이트 캡처.

휴교 다음 주 월요일부터 초등 고학년에는 주간 학습 플랜이 제공됐다. 학습 자료는 코로나 19 이전에도 활용하던 구글 클래스룸에 올렸다. 언어/수리 등 분야별로 공부할 내용을 정리한 구글 슬라이드(PPT)를 등록하는 방식이다. 슬라이드 안에는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유튜브 영상, 그에 대한 내용 요약과 자신의 경험을 작문하는 과제 등이 포함됐다. 
 
슬라이드 하나에는 1주일 동안 공부할 내용이 모두 담겨 있었다. 매일 접속하기 어려운 환경인 친구들을 배려한 것이다. 다만 학부모 입장에선 아쉬운 지점이었다.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기 힘든 초등학생에게는 매일 할 일을 나눠주는 게 조금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저학년 학생에겐 그조차 없었다. 학교에선 "교육청이 배포한 러닝 리소스 중 자녀에게 맞는 걸 골라서 시키세요. 공부하라고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 마세요"라고 부모에게 당부했다.  
 
2주차 마지막 금요일, 고학년은 구글 미트로 같은 반 친구들과 화상 미팅을 했다. 교과 과정 진도를 나가지는 않았으나 구글 미트 다루는 법을 익히고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교류하는 정도의 접촉이었다.  
 

온라인 개학 준비 시작 

휴교 3주차 월요일 저학년도 구글 미트로 학급별 화상 모임을 했다. 초등 1학년이던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선생님도 새로운 도구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면서 "코로나 19 때문에 힘들겠지만, 이 역시 새로운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하자"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 유튜브 채널에 매일 조회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 오후 5시 30분에는 교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스토리 타임' 영상을 올렸다. 조회 수는 높지 않았다. 각 교직원이 집에서 셀프로 촬영한 영상이라서 영상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휴교 보름째,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원격 학습을 위한 예산을 승인했다. 웨이크 카운티는 교사들에게 집에서 원격 수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트북 1900대를 배포했다. 한편 학부모 대상으로는 가정 학습 환경 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인터넷이 되는지, 크롬북 같은 디지털 기기가 있는지, 교육청 기기 대여를 희망하는지, 기기가 있다면 아동이 단독으로 사용하는지 형제나 가족과 공유하는지, 그 밖에 종이나 가위 같은 학습 도구가 있는지 등을 물었다. 구글 설문지를 활용했기 때문에 응답은 즉각 수집/집계됐다. 

 
코로나 19 휴교 때문에 달라진 학사 일정이 배포됐다. 교육청은 이를 확정하기에 앞서 교육위원회를 열고, 누구나 볼 수 있게 유튜브 라이브로 중계했다. 교육 일정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도 구글 설문지로 받았다.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학교의 이동

3주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다만 실시간 수업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 오프라인 학습 자료는 학년별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드라이브 스루'로 학교에서 받아왔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실시간 수업 비중, 학습 자료와 툴은 각각 달랐다. 
 
당시 미국에서는 학교나 교육청의 대응이 빠른 편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내가 겪은 미국의 지역사회와 학교는 상대적으로 놀라운 속도와 체계로 대응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다음 편에서는 원격 교육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겠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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